0317(화)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이란 책입니다. 

제가 서점을 운영하다 보니까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때마다 느끼는 건 ‘세상에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분들이 참 많구나’라는 거예요. 

“글쓰기에 관련된 책 없나요?”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분도 있고, “요즘 글을 한번 써보려 하는데 막막하다...” 고민을 털어놓는 분들도 종종 있고요. 

그때마다 제가 그런 고민을 덜어줄, 글을 쓰는 데 입문서가 될,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하는데요,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이라는 책을 권해드리곤 했습니다.

 

보통 이런 글쓰기 관련된 책은 작가의 경험과 노하우를 쭉 풀어가기 마련인데, 

이 책은 특별하게도 자신이 아닌 다른 작가들이 책에서 썼던 ‘한 줄 명언’ 같은 어떤 강렬한 말들을 왼쪽장에 배치를 했고요, 

오른쪽 장에는 은유 작가의 짧은 산문이 실려 있는 그런 형태입니다. 

 

 마치 은유작가의 독서목록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데요. 

은유 작가도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이런 작가들의 말을 지팡이 삼아서 “그래, 써보는 거야!” 이런 마음을 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른 쪽장에 담긴 은유작가의 글도 아주 편안하게 술술 읽히죠. 

글을 쓰면서 했던 고민, 문장을 좀 더 잘 쓰기 위한 이야기, 평소에 읽은 책에서 얻은 글쓰기의 힌트들 그런 것들이 잘 담겨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은요?

제가 방금 세상에는 글 쓰고 싶어하는 분들이 참 많다, 이런 말씀을 드렸는데요. 

세상에는 또 시를 쓰고 싶어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휴대폰 메모장에 생각나는대로 시를 써놓는 분들도 있고요, 남몰래 야금야금 시집을 모으는 분들도 제법 있더라구요, 

그런 분들의 눈빛을 딱 보면 너무 반갑고, 사람은 누구나 시 한편을 품고 산다, 그런 말들이 참 생각이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책은요, 

바로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라는 엮은 시집입니다. 

 

여러 편의 시를 모아서 추렸다 이런 건데요. 

보통 시를 처음 읽거나 처음 쓰거나 하는 분들은 첫 책을 잘 골라야 합니다. 

시를 쓰려면 시집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건 정설이지만,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고전을 고르거나, 최근에 나온 아주 난해한 시집을 골라버리면 약간 길을 잃을 수도 있어요. 

그때마다 제가 골라드리는 책은, 이렇게 여러 시인들의 시를 뷔페처럼 맛볼 수 있는 엮은 시집을 골라드리는데요. 

이 책에는 55명의 시인의 시 1편씩이 담겨 있습니다. 

젊은 시인부터 중견시인의 시들이 아주 고루 담겨 있습니다. 

또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묶은 시들이라 마음을 흔드는 시가 많습니다.

 

시요일은 출판사 창비에서 내놓은 어플리케이션입니다. 

매일 한편의 시를 골라 날마다 보여주는 그런 시 큐레이션 어플인데요. 

3만 5천여편의 시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 어플에서 ‘사랑’에 관한 시만 모은 것이 이 시집이라 보면 되겠습니다.

 

무화과숲  -황인찬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