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1(화)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요? 

1940년대입니다. 의사 베르나르는 진료실에서 나오다가 죽은 쥐 한마리를 밟았습니다. 

별 생각 없이 쥐를 옆으로 밀어놓고 경비아저씨한테 일러줬죠. 그러자 아저씨가 말합니다. "이 건물에는 쥐가 없다. 누가 죽은 쥐를 가져다 놓은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사실일까요. 그로부터 며칠 뒤, 도시 모든 거리에 죽은 쥐가 떼지어 나와 온 거리를 뒤덮기 시작합니다. 

시민들은 질색하며 기겁하고, 정부 쥐소탕과는 쥐를 잡기 위해 총공세를 펼칩니다.

태가 얼마나 심각했던지 한 언론사에서는 정부가 단 하루동안 6231마리의 쥐를 잡아 태웠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숫자를 알기 전에는 그저 불쾌한 사건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원인도 규명할 수 없는 이 현상에 프랑스 전국민이 불안해지기 시작하죠. 

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도입부 이야기입니다. 

 

감염병을 다룬 대표 소설 '페스트'를 찾는 독자들이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으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집에서 책 읽을 기회가 자연스레 많아진 것과 함께 

최근 tvN 독서 프로그램에서 '페스트'를 집중적으로 소개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배 폭증하더니 고전이 종합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죠. 

문학작품은 현실 그 너머의 현실까지 반영하는 통찰 사전과도 같죠. 

현실세계를 통해 인간 심리와 정서를 드러내며 뜻밖의 혜안을 보여주는 문학작품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위로가 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페스트는 14세기 유럽을 휩쓴 전염병이죠. 

쥐같은 설치류의 피를 빨아먹은 벼룩이 사람을 물면 감염되는 바이러스입니다. 

페스트에 감염되면 보통 1~7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오한·38도 이상의 고열·구토·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 병으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줄어들었어요. 전염병이 바꾼 인류의 역사라 할 수 있죠.  

실제로 페스트가 유행한 건 1400년대 중세시대 유럽에서인데, 이 책을 쓴 작가 카뮈는 페스트를 1940년대 프랑스를 무대로 끌어왔습니다. 

 

질병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겁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의료진과 기자, 신부 등 인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고요. 

책을 읽다 보면 생각 납니다. 애쓰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대구 근무를 자원한 의료진들, 마스크를 보내준 전세계 지원군들, 

최근 남원의료원에서 퇴원한 대구환자의 편지... 등등이요.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그런 성실한 광경이 그러집니다. 

하지만 전염병은 언제 또 나타나 일상을 뒤흔들지 모른다는 공포가 소설 속에 그대로 나타나있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