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2(화)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요?

이제 5월 18일이 일주일도 안 남았죠. 그래서 소개합니다. 

한강 작가가 쓴 5월의 광주 이야기, <소년이 온다>입니다. 

맨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와 함께 가장 많이 사랑받는 한강 작가 소설이죠. 


줄거리를 조금 소개해주신다면요?

앞부분만 살짝 말씀드릴게요. 

1980년 중학교 3학년이었던 ‘동호’는 친구와 함께 광장으로 시위를 나갔다가 친구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목격하게 됩니다. 

이후 동호는 전남도청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에서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되는데요. 이 일을 하게 된 건 친구 정대의 시신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죽은 정대가 자꾸 떠올라 괴로워하면서도 꿋꿋이 시신들을 수습하는 동호는 이제 그만 돌아오라는 엄마와 누나들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도청에 남아 있게 됩니다. 

중간고사를 보고, 늦잠을 자고, 배드민턴을 칠 수도 있었던 일요일. 친구의 죽음 이후 그는 5.18 한가운데를 살아가게 됩니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어린 소년은 '어린 새' 한 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다, 이런 말을 하는데요.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취를 뿜어내는 것이 또다른 시위를 하는 것 같다'는 표현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가느다란 실 같이 표현하는 게 한강의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5.18 전후의 삶의 모습, 

이 소설 한권이면 함께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 지난 2017년 이탈리아에서 문학상을 수상했죠?

세계 문학사에 기여한 외국 작가에게 수여하는 ‘말라파르테’상을 받았습니다. 

수상소감에서 한강 작가는 “존엄과 폭력이 공존하는 모든 장소, 모든 시대가 광주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나를 위해 쓴 게 아니며 단지 내 감각과 존재와 육신을 광주에서 죽임을 당한 사람, 살아남은 사람, 그들의 가족에게 빌려주고자 했을뿐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마치 그들의 말을 몸에 입은 것처럼 인상 깊은 소감이었습니다.

 

최근에 초록색 커버로 바뀐 특별판이 나왔다면서요. 

전신거울 같은 금색 테두리 속에 흰 안개꽃이 들어 있는 모습입니다. 

안쪽에는 연노랑색 속커버가 있고요. 양장본이지만 그리 무겁지 않아 좋더라구요. 

아직 책을 읽어보지 않은 청취자님께선 이 특별판으로 만나보는 것도 소장가치가 있겠습니다.

 

소년이 온다, 마지막으로 한 부분을 함께 읽어볼까요?

애국가가 끝났는데도 아직 관이 정리되지 않았나보다. 

군중의 웅성거림 사이로 누군가 울부짖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인지, 마이크를 쥔 여자가 이번엔 아리랑을 부르자고 한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울음소리가 잦아들 즈음 여자가 말한다.

 

먼저 가신 임들을 위해 묵념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