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3(목) 김형준의 마음지킴이

Q. 오늘은 어떤 주제인가요?

A. 가끔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신의학은 일반 의학과 달라서 X-ray나 MRI 같은 영상촬영이나 혈액검사같은 객관적인 수치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신이 건강한 것인지,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이것을 정의하는 것! 조차 어렵습니다. 오늘은 제가 그동안 환자분들을 진료하면서 느낀 ‘정신이 건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Q. 그렇다면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A. 사실 이것의 학문적인 정의는 여러 학자나 이론에 따라 다양하게 하겠지만 저는 네 가지로 정의합니다. ‘잘 자는 것’,‘잘 먹는 것’,‘내 할 일을 잘 하는 것’,‘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이렇게 네 가지입니다. 정리하면 수면, 식이, 활동, 관계 이렇게 네 가지를 잘 하고 있다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정신건강을 위한 네 가지! 아주 평범한 네 가지인데 잘 생각해보면 간단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나하나 설명해주시죠?

A. 첫 번째 수면인데요. 저의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분들이 진단명도 다 다르고 원인도 다 다르지만 거의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은 잠을 못 잔다는 것입니다. 잠의 기능이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중요한 기능은 바로 정신에너지를 재충전하고 하루 동안 쌓인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고 리셋하는 것이란 점입니다. 이것이 되어야 다음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도 잠을 자는 동안 멜라토닌과 성장호르몬 등이 분비되어 지친 림프관과 내부 장기들을 청소하고 재정비하여 활력 에너지를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음으로는‘잘 먹는 것’입니다. 식사는 잠과 함께 사람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식사 행동은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 세로토닌은 불안, 우울, 감정, 수면, 식이 등을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호르몬입니다. 몸과 마음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고 보셔야 합니다. 잠과 식사는 뇌 등 신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이것이 안되면 결코 건강한 마음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Q. 나머지 두 가지도 설명해주시죠

A. 다음으로‘내가 해야 할 일을 잘하는 것’인데요. 가끔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불안하고 우울한데 어느 정도가 되어야 우울증, 불안증이라고 하는지’질문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는 우울한 기분, 혹은 불안한 상태가 당신이 해야할 일을 못하게 할 정도도 나타나면 병적인 우울과 불안이라고 답을 합니다. 살다가 잠시 우울하고 불안해도 내가 할 일을 잘 하고 있다면 적어도 아직은 병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생물학적으로도 사람이 동기를 느끼고 활동을 하는 경우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뇌의 전두엽과 변연계라는 부위에서 왕성하게 분비가 됩니다. 도파민은 기쁨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삶의 의욕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호르몬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것인데요. 어쩌면 네 가지 중에 가장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나 혼자만으로 안되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런지 정신과를 찾아는 많은 환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인간관계입니다. 친구, 직장동료, 심지어는 가족과도 잘 어울지 못하여 힘들어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대상을 찾아 관계를 맺고자 하는 본능이 있습니다. 사람은 관계를 통해 친밀감을 공유하게 되면 뇌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가 됩니다. 옥시토신은 바로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불안을 없애주는 호르몬으로 어린 아기가 엄마 품에 편안히 안겨 있을 때,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서 가장 분비가 됩니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 없지만 내 가족, 믿을 수 있는 친구를 아낌없이 사랑해 보세요. 그럼 정신적 건강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