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8(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1. <차녀힙합> 이진송 

태어나자마자 '또 딸'이자 아들이 아닌 '꽝'으로 집안에서 소외당했던 둘째 딸의 이야기. 

언니가 물려주는 옷을 입고 언니가 보는 책을 곁눈질하면서 입 다물고 가족 내 관계를 관찰하는 역할을 맡게 된 둘째 딸에게 마이크를 건네주는 책. 

한국적 차녀의 설움이 최고치를 찍는 일화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여아 선별 임신 중단으로 당시에는 둘째 딸이 태어나기도 어려웠고 태어난다 한들 짐짝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현실이 있었다. 

호랑이, 용, 백말 띠 여자들이 드세다고 해서 전국적으로 여아감별낙태가 굉장히 심했다. 또 인구감축정책 때문에 둘 이상은 못 낳게 하던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아들이 많이 못 태어나던 시기였다. 

작가는 "88년 용띠에 차녀이고 경상도에서 제대로 대접받고 싶은 아이로 큰다는 것은 매일 매일이 인정투쟁과 사투의 연속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당신에겐 돌 사진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차녀로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살핀다. 아들이 아닌 딸이라서 짊어져야 했던 부담과 부당함을 개인적 경험을 넘어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파헤친다. 작가 말대로 가족은 치열한 '정치적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실컷 멍석 깔아놓고서 내가 여기 올라갈 자격이 있는지, 나만 올라가도 되는지 살피느라 우물쭈물하던 차녀가 마침내 제대로 한판 멍석 깔고 부르는 ‘이 사람을 보라’ 힙합 노래"라는 추천사(김희경)에 공감이 간다. 

 

2. <깨어 있는 부모> 셰팔리 차바리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수많은 부모와 교사, 임상심리학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찬사를 받으며 21세기 신개념 양육의 바이블로 자리잡았다. 

저자는 부모와 아이 사이의 핵심은 부모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배우는 상호적 관계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아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며 아이를 탓하거나, 도무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부모의 시선을 자기 내면으로 돌려 묵은 상처와 오래된 습관을 깨닫게 도와준다. 

이 책은 '알아차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이로 인해 발끈할 때마다 그 원인이 아이가 아니라 부모 자신에게 있을지 모른다고 알아차리기 시작하면, 아이와 긴밀히 교감하며 아이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400쪽에 가까운 두께지만 술술 잘 읽힌다. 해결되지 않은 내면의 상처를 아이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모든 부모를 위한 따뜻한 양육서가 되어줄 것 같다. 

 

3. <빅토리 노트> 이옥선, 김하나

베스트셀러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 김하나의 어머니 이옥선씨가 딸 김하나를 낳고 5년간 쓴 자필 육아일기를 정리한 책이다. 동명의 육아일기 원본을 스캔해 책에 싣고 모녀가 지금의 시점에서 코멘트를 더했다. 역사 교사 출신 어머니가 틈틈이 써온 에세이 16편도 포함했다.

책은 산부인과가 흔하지 않던 시절 한 아이가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 유선전화가 없던 시절 어떻게 사람이 만나고 살아왔는지 등을 생생하게 전한다. 

딸 김하나 작가는 "빅토리 노트’는 엄마가 나를 낳은 날로부터 내가 다섯 살 생일이 될 때까지 쓴 육아일기다. 나는 이 놀라운 책을, 대학 시험에 낙방하고 상심해 있던 어느 날 저녁 엄마로부터 받았다. 엄마가 어딘가에서 꺼내 내게 건네준 100페이지 남짓의, 20년이 지나 종잇장이 누렇게 바랜 일기장을 받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