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9(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할 책은?

2009년 19세 나이로 데뷔해 작품 활동을 시작, 예민한 감수성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아온 우리 지역 정읍 출신 서윤후 시인이 4년 만에 펴내는 다섯번째 시집입니다. 제목은 <나쁘게 눈부시기>이고요, 총 51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묶었습니다. 열흘 전에 나온 따끈따끈한 시집인데 벌써부터 서점가에 큰 호응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제가 먼저 읽어본 감상은, 구석구석 베끼고 싶은 문장들로 가득한 보물같은 책. “비밀은 넓어질수록 편안해지는 법”이라 말하는 서윤후 시인의 시집을 비밀스럽게 추천드립니다. 

 

나누고 싶은 구절이 있다면? 

“느낌과 기분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치명적이야

내가 회사를 그만두던 날 네가 해준 말”

ㅡ‘비산화’ 중에서

 

“어디에서 흘러왔는지 모를 땐

머물러 하염없이 고여 있어야 한다”

ㅡ‘님만해민’ 중에서

 

“너는 마시던 물을 화분에 따라주면서 살려주는 고통을 처음 경험하게 되었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올 때마다 내리치던 얼굴이 있었는데 우리는 겨우 그 얼굴을 하고서 살아가는 줄도 모르고”

ㅡ‘견본생활’ 중에서

 

“황량한 뺨 위로 떨어진 속눈썹 하나를 줍느라

그동안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찡그림을 보여준 것이다.

나는 그렇게 웃고 있다.”

ㅡ시집 뒤표지의 산문 중에서

 

읽어보면, 서로 상반되는 표현과 이미지가 인상적입니다. 

고통이 가득한데 희망이 보호해주는 느낌이고, 분명한 기쁨인데 다시 슬픔의 눈금이 차오르는 그런 구절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서윤후의 시는 절망 이후에 마주한 유희의 발견으로 왔던 길을 다시 또박또박 걸어간다는 해설에 공감하게 됩니다. 

 

이 책의 시인은? 

시, 에세이, 그림시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온 서윤후 시인은 1990년에 정읍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성장했습니다. 

2009년 <현대시>로 등단했으며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휴가저택>, <소소소>,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와 산문집 <햇빛세입자>,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 <쓰기 일기>, <고양이와 시> 등을 펴냈다. 제19회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아침달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으며, 2022년생 코리안 숏헤어 고양이 '희동'이와 함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