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화) 임주아작가의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시집은?

2024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 올해 독일 세계 문화의 집 국제문학상을 연거푸 수상한 김혜순 시인이 3년 만에 신작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를 펴냈다. 1979년 등단한 김혜순의 열다섯 번째 시집으로 미발표작 총 65편을 8부로 나눠 실었다. 지난 9월에 출간된 시집이다. 

 

김혜순 시인은 어떤 작가? 

김혜순 시인은 올 4월 한국 작가 최초로 미 최고 권위의 ‘예술과학 아카데미’ 인문예술 부문 회원이 되는 등 최근 해외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문학가로 손꼽힌다. 2015년 뇌 신경계 문제로 지하철역에서 갑자기 쓰러지는 경험을 했던 시인은 2016년 작 ‘죽음의 자서전’부터 ‘날개 환상통’(2019년)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2022년)로 이어지는 ‘죽음 3부작’을 연이어 출간한 바 있다.


전작 시집들에선 육체의 고통을 한국 사회가 마주한 여러 죽음으로 연결시키면서 침잠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면, 이번 시집은 ‘목욕재계’하는 마음으로 쓴 시들을 모았다. 첫 수록작인 ‘그리운 날씨’에서 시인은 햇빛과 빗줄기가 오락가락하는 변덕스러운 날씨마저 “오늘 지나고 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순간이자 그리운 순간으로 반전시킨다. 

시집 마지막에 해설 대신 수록한 ‘김혜순의 편지’에서 “어느 순간 찬물을 몸에 끼얹듯 다른 시를 써야겠다 생각했다”며 “이 시들을 만나지 못했으면 저는 얼굴에 죽음이 드리운 험한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이 시들을 쓰면서 고통도 슬픔도 비극도 유쾌한 그릇에 담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시가 있다면?

시인의 대표작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이 영문 번역본도 함께 수록됐다. 식물도, 동물도, 어류도 아닌, 세상의 규정과 정의를 벗어던진 자유로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네게 노래 불러주면 나는 성별이 달라져

여자가 되었다가 남자가 되었다가 다시 여자도 남자도 아닌 자가생식의 성”이라는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