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이 자리에서 새해에 바뀌는 법률들을 한 번 정리해 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오늘도 같은 맥락에서, 올해부터 적용되거나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법률 가운데 특히 사회적 의미가 큰 변화 두 가지를 짚어보려고 합니다.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연예인 사건이 계기가 되어 사회적 논쟁이 커졌고, 그 결과 실제 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하나는 구하라 사건으로 촉발된 민법 개정안, 이른바 구하라법이고, 다른 하나는 박수홍 사건을 계기로 본격화된 형법상 재산범죄에 대한 친족상도례 개편입니다.
가족 문제는 법이 쉽게 개입하지 않던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했잖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 인식이 오히려 법의 공백을 만들었고, 현실에서는 책임 없는 권리 행사나 명백한 피해가 반복돼 왔습니다.
먼저 구하라 사건으로 촉발된 민법 개정, 즉 구하라법부터 보겠습니다. 정확한 조문은 민법 제1004조의2이고,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됩니다.
구하라법의 핵심은 뭐라고 보면 될까요?
송경한 :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저버린 부모의 상속을 제한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피상속인이 미성년자였을 당시 직계존속이 양육과 부양 의무를 사실상 방기했거나, 피상속인이나 그 배우자·자녀에게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유언이나 가정법원의 판단을 통해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논의의 출발점이 바로 가수 구하라 씨 사건이었습니다. 고인이 사망한 뒤, 어린 시절 양육을 거의 하지 않았던 친모가 상속 재산의 절반을 요구하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당시 법 체계로는 이를 막기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기존 상속결격 제도는 살해나 유언 방해처럼 극단적인 경우만 상정하고 있어서, 현실에서 가장 자주 문제 되는 부양의무 위반은 다루지 못하는 구조였습니다.
구하라법은 바로 그 사각지대를 제도적으로 메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박수홍 사건으로 촉발된 변화죠?
송경한 : 네. 박수홍 사건을 계기로 본격화된 친족상도례 개편입니다.
형법에는 오랫동안 친족상도례 규정이 있어서, 가족 간 재산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을 면제하거나 사실상 처벌이 어렵게 되어 있었습니다.
가족 문제에는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오래된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방송인 박수홍 씨 사건입니다.
친형 부부의 횡령 의혹 과정에서, 친족상도례를 이용해 형사 책임을 피하려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제도의 허점이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가족 간 재산 범죄 피해자가 처벌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한 구조는 불합리하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요
지난 12월 30일 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제는 친족 간 재산범죄의 경우 형 면제 대신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전환되면서,
원칙적으로 처벌이 가능해졌습니다.
상속이든 형사처벌이든, 이제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면제되거나 권리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구조는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변화라고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