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5(토) 송경한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송변재법인데)

오늘은 부산 항공사 기장 살해 사건을 계기로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전 직장 동료 6명을 살해 대상으로 정해 실제 1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동환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 사건을 정말 배심원 재판으로 진행할지 아니면 배제할지 검토하게 됩니다. 이번 사건은 범행의 중대성과 계획범죄 성격 때문에 과연 국민참여재판으로 가는 게 맞느냐, 이 부분이 먼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참여재판 신청했다는 말만 들으면 바로 배심원 재판으로 가는 것 같은데, 꼭 그런 건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살인죄 같은 합의부 사건은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법원은 여러 사정을 보고 배제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사건이 복잡하거나 피해자가 많고 심리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피고인이 원한다고 무조건 되는 제도는 아닙니다.

 

배심원들은 도대체 어떻게 고르는 겁니까? 그냥 무작위로 앉혀놓고 시작하는 건 아니잖아요?

네 맞습니다. 우선 법원이 후보자들에게 질문표를 보내 결격사유가 있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공무원이나 경찰관, 변호사 같은 직군은 배제가 됩니다. 

다른 배심원들에게 영향을 미칠수가 있는 직군들이 잖아요. 그렇게 걸러진 분들이 아침에 법원에 나오면 번호를 받고 로또 번호를 뽑듯이 그 번호를 추첨해서 일단 배심원 후보군을 정합니다.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검사와 변호인이 질문을 하면서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뺄지 가려냅니다.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다가 어떤 후보자가 빠지면, 

다시 앉아 있는 후보들 가운데 추첨해서 새로 앉히고 또 질문을 반복합니다. 이런 과정이 여러 차례 이어져서 최종 배심원이 정해집니다.

 

사건 자체를 정면으로 물을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을 우회적으로 살펴보는 질문이 많이 나옵니다. 

예를 들면 처벌을 강하게 해야 한다고 보는 엄벌주의 성향인지, 아니면 사람은 교화될 수 있다고 보는지, 피해자 입장에 공감을 많이 하는 사람인지 이런 걸 돌려서 보는 겁니다. 

어떤 사건에서는 아이를 키워본 중년 여성이 피해자 심정을 더 강하게 이해할 것 같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요. 

결국 검사와 변호인은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빼야 자기 주장에 유리할지를 계속 계산하게 됩니다. 국민참여재판은 본 재판도 중요하지만, 배심원 선정 절차 자체가 상당한 심리전입니다.

 

그렇게 어렵게 뽑힌 배심원들은 재판에서 어디까지 관여합니까?

공소사실을 듣고, 피고인 진술을 듣고, 증거조사와 증인신문, 최후변론까지 사실심리 전 과정을 함께 봅니다. 

변론이 끝나면 재판장이 법률적 설명을 해주고, 배심원들은 평의실에서 유무죄와 양형 의견을 논의하게 됩니다. 다만 배심원 평결이 법원을 직접 구속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배심원이 무죄라고 해도 판사가 유죄를 선고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송경한 : 네 가능합니다. 제가 진행했던 국민참여재판 가운데도 배심원은 무죄 평의를 했는데 재판장이 벌금형을 선고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배심원 평결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고요.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하면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이유를 붙여야 하고, 실제로도 그 평결을 쉽게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변호사님은 실제로도 국민참여재판을 해보셨잖아요. 느낌이 좀 다릅니까?

송경한 : 많이 다릅니다. 

평소 재판은 드라마와 달리 의외로 담담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국민참여재판은 정말 드라마처럼 PPT나 영상까지 활용하면서 배심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이게 됩니다. 

특히 무죄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판사의 마음을 뒤집는 것보다 배심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더 수월하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다.

 

대신 유죄로 기울면 또 분위기가 달라지겠네요?

송경한 : 그렇습니다. 반대로 유죄라고 판단되면 양형 의견은 꽤 세게 나오는 편입니다.

우리 사회에 범죄자 형량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정서가 있는데, 그런 법감정이 평의 과정에도 반영되는 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국민참여재판은 무죄 판단에서는 피고인에게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유죄가 인정되면 양형에서는 오히려 더 엄격해질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