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4(토) 송경한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송변재법인데)

오늘의 주제는요?

오늘은 고교야구 경기 중 터진 5·18 조롱 구호 논란입니다. 

지난 6월 29일 청룡기대회에서 배재고 선수들이 광주제일고 더그아웃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를 반복해서 외쳤고, 

"탱크데이"라는 표현도 나왔습니다. 스타벅스가 5·18 기념일에 탱크데이 마케팅으로 물의를 빚은 게 불과 한 달 전인데요. 

광주제일고 측이 즉시 항의하면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고요. 현재 서울시교육청 조사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배재고가 사과문을 냈는데, 거기서도 논란이 있었죠?

그렇습니다. 사과문에 AI 생성 워터마크가 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왔고요. 

영상을 보면 다수 선수가 율동까지 맞춰 구호를 외쳤는데 학교 측은 "일부 학생"의 문제라고 해명해 책임을 축소하려 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배재고를 지지한다며 스타벅스를 들고 학교를 방문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나왔는데요. 학생 스포츠 현장의 사안이 일부 극단적 세력들의 정치적 지지 표명의 장으로 번진 겁니다. 대단히 안타깝습니다.

 

서울시교육청도 조사에 나섰다고 하던데, 이건 어떤 절차입니까?

 경찰 수사처럼 학생을 형사처벌하기 위한 절차가 아닙니다. 

학교에 대한 지도·감독 절차입니다. 교육청은 사안 발생 경위, 현장 제지 여부, 평소 학생 선수들에게 인권·역사 교육이 이루어졌는지, 학교가 재발방지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학생 개인의 일탈로만 볼 게 아니라 학교 운동부 관리의 문제까지 보겠다는 의미입니다.

 

김차동 : 그럼 형사처벌도 가능한 사안인가요?

송경한 : 먼저, 명예훼손죄는 어렵습니다. 명예훼손죄는 구체적인 사실 적시가 있어야 하는데, 이 구호들은 광주제일고 선수단이 어떤 행위를 했다고 말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모욕죄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공개된 경기장에서 상대 선수단이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공연성은 인정될 수 있거든요. 

다만 모욕의 대상이 특정되어야 하고, 표현 자체가 형법상 모욕에 해당할 정도로 경멸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구 자체가 욕설은 아니잖아요?

송경한 : 맞습니다. 그래서 형사처벌 문턱이 있습니다. 다만 법은 표현의 사전적 의미만 보는 게 아니라 맥락도 함께 봅니다. 

광주제일고와 경기하면서 5·18 당시 국가폭력과 전차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상대팀을 향해 반복했다면, 단순 응원이 아니라 역사적 상처를 조롱하는 표현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실제 형사처벌까지 가려면 그 맥락이 상당히 분명하게 입증되어야 합니다.

 

형사처벌보다는 학교폭력 쪽이 더 문제 될 수 있다는 말도 있던데요.

송경한 : 그렇습니다. 이 사안의 핵심은 오히려 학교폭력과 교내 징계 쪽입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 안에서만 일어난 일을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봅니다. 

그리고 명예훼손, 모욕도 학교폭력 유형에 포함됩니다. 그러니까 경기장이 학교 밖이라고 제외되는 것이 아닙니다. 

배재고 학생 선수들이 광주제일고 학생 선수들을 향해 구호를 외쳤고, 그로 인해 상대 학생들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면 학폭 사안으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형사상 모욕죄가 안 되더라도 학폭은 될 수 있다는 겁니까?

 네, 그게 중요합니다. 형사처벌은 국가가 개인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문제라서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보는데요,

학교폭력 절차는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선도, 교육적 회복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래서 형법상 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학교폭력상 언어폭력이나 모욕적 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사안은 공개된 경기장에서, 집단적으로, 상대 학교 학생 선수단을 향해 이루어졌고, 5·18이라는 민감한 역사적 사건을 희화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들은 학폭 판단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배재고가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한 건 학폭 절차와 다른 겁니까?

송경한 : 다를 수 있습니다. 생활교육위원회는 학교 내부 학칙에 따른 생활지도·징계 절차입니다. 

학생이 학교 규칙을 위반했는지, 학생선수로서 품위를 손상했는지, 타교 학생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는지를 학교 내부에서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학교 내부 생활지도 절차가 진행된다고 해서 학폭 절차가 당연히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