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8(토) 송경한 변호사의 재미있는 법률이야기(송변재법인데)

 

Q.오늘의 주제는요?

요즘 정말 어마어마하게 덥죠. 전북에도 4일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었습니다.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2천 명을 넘었고, 추정 사망자도 20명을 넘어섰는데요. 

이런 폭염에도 건설노동자와 배달기사, 환경미화원은 뙤약볕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법에 휴식 기준과 작업중지권이 있는데도 왜 일을 멈추기 어려운지, 

사고가 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Q.우선 폭염 때 반드시 쉬게 해야 하는 기준이 법에 정해져 있죠?

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체감온도 31도 이상인 장소에서 2시간 이상 작업하는 경우를 폭염작업으로 봅니다. 

사업주는 냉방이나 통풍장치를 가동하고 작업시간대를 조정하는 등 예방조치를 해야 합니다. 

특히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줘야 하는데요. 

물과 그늘만 마련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업에서 벗어나 체온을 낮출 시간을 보장해야 합니다.

 

Q.정부가 기온에 따른 작업중지 기준도 내놓았는데,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습니까?

현실에서는 대부분 그대로 일합니다. 정부는 체감온도 35도 이상이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작업을 중지하고, 

38도 이상이면 긴급조치 외의 작업을 전면 중지하도록 권고합니다. 

문제는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라는 점입니다. 건설현장은 공사기간이 이윤과 직결되고, 배달이나 택배노동자는 쉬는 만큼 수입이 줄어듭니다. 

군 훈련과 프로야구 경기도 폭염에는 멈추는데, 가장 위험한 노동현장은 작업중지를 사업주나 노동자의 판단에 맡기고 있는 겁니다.

 

Q.그렇다면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면 되지 않습니까?

법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고, 사업주는 이를 이유로 불리하게 처우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위험을 판단하고 먼저 멈춰야 하는 사람은 노동자입니다. 

건설일용직은 일당이 끊기고, 배달노동자는 콜을 받지 않는 만큼 수입이 줄어듭니다.

동료에게 부담을 줬다는 비난이나 다음 계약의 불이익도 걱정합니다. 몸을 지키려다 생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작업중지권이 종이 위의 권리에 머무는 겁니다.

 

Q.그러다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숨지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까?

현장 책임자에게는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적용될 수 있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경영책임자에게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도 문제 됩니다.

실제로 2022년 대전의 건물 신축현장에서 50대 하청노동자가 그늘 없는 최상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다 열사병으로 숨졌습니다. 

법원은 원청 현장소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법인에는 벌금 8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Q.대표이사가 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지시한 것도 아닐 텐데, 왜 처벌된 겁니까?

핵심은 사고 당일의 지시가 아니라 폭염에 대비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실제로 작동했느냐입니다. 

법원은 원청이 옥외작업의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절차와 급박한 위험 때 

작업중지와 대피를 실행할 구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준비 부족으로 적절한 휴식과 작업중지가 이뤄지지 않아 사망사고로 이어졌다고 판단한 겁니다.

 

Q.노동자가 실제로 일을 멈출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요?

일정 체감온도 이상에서는 옥외작업 중지를 의무화하고, 중단된 시간의 소득도 보전해야 합니다. 제주도의 기후보험이 한 사례인데요. 

공공이 발주한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현장에서 폭염으로 작업이 중단되면 일용직 노동자에게 소득 손실 일부를 지급합니다. 

대상과 보장 범위가 제한적이지만 작업중지와 생계보장을 연결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 멈춘 노동자와 사업주가 손해 보는 구조를 바꿔야 현장에서도 망설임 없이 작업을 중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