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오늘은 양성민 작가의 에세이 『인생여전』을 소개합니다.
2024년 제32회 전태일문학상 르포 부문을 수상한 현장노동자 양성민 씨가 펴낸 첫 책인데요.
이 책이 나오기까지 저자가 거쳐온 일터가 상당히 많습니다. 올해 쉰 살인 그는 20여 년 동안 일하며 직장을 열두 번 넘게 그만뒀다고 해요. 그만큼 해본 일도 다양합니다.
조선소에서는 배관공으로 일했고, 공장에서는 기계에 재료를 넣고 작동 버튼을 누르는 일을 반복하는 ‘버튼맨’으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택배기사와 농장 일용직을 거쳐 지금은 학교 시설관리 노동자로 일하고 있고요.
이 책에는 이렇게 여러 일터에서 직접 보고 겪은 노동의 풍경이 세세하고 생생하게 담겨 있는데, 노동 현실을 다루면서도 무겁게만 흘러가지 않아, 한 노동자의 직업 탐험기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어떤 부분이 흥미로웠나요?
저자가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흥미로웠습니다. 현장의 고단함이나 부당한 일은 분명하게 이야기하면서도,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유머나 작은 성취를 놓치지 않습니다.
가령 택배 일을 시작했을 때는 상자에 적힌 작은 주소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는데요.
일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 순간 휙 지나가는 상자의 주소까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저자는 자신에게 ‘동체 시력’이 생겼다며 은근히 뿌듯해합니다.
‘명휴’라는 말도 인상적입니다. 비나 태풍 때문에 작업을 중단하고 쉬는 날을 현장에서는 그렇게 부른다고 하는데요. 저자는 이 말을 무척 좋아해서 “삶에 지친 많은 이들에게 오늘 하루 명휴가 있었으면 한다”고 씁니다.
‘여전’은 어떤 뜻인가요?
‘여전’은 ‘여전히 그대로다’ 할 때의 여전(如前)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생역전’을 살짝 비튼 제목인 셈인데요.
저자는 “인생역전이라면 좋겠지만, 인생여전이라도 나쁘진 않다”고 말합니다. 여러 일터를 옮겨 다니며 산전수전을 겪은 저자에게 행복은 꼭 인생이 극적으로 뒤집히는 데 있지 않습니다.
죽거나 다치지 않고 오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고, 내일도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는 것. 그것 역시 중요한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현실에 그냥 만족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바꿔야 할 노동 현실에는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면서도, 평범하게 이어지는 자신의 삶까지 하찮게 여기지는 않는 태도. 그게 ‘인생여전’이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 양성민 씨는 어떤 분인가요?
양성민 작가는 전업작가로 출발한 사람이 아니라 지금도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배관과 용접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조선·건설·제조 등 여러 현장에서 주로 일용직이나 단기계약직으로 일해왔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문학 동아리에서 시를 쓰기도 했고, 이후 노동 관련 단체에서 일하며 소식지와 전단을 만들면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하루하루 일하며 발견한 장면과 생각을 수첩에 기록했고, 그 글들이 쌓여 2024년 「꿈꾸는 배관공」 이라는 작품으로 2024년 제32회 전태일문학상 르포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ㅡ오늘은 현장노동자로 일하는 양성민 작가의 첫 에세이책 『인생여전』을 소개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