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빌어먹은 낭만타령에.......

어제 오후부터 시나브로 눈발이 날리길래
저는 여기저기 전화하고 문자를 날려 
첫눈이 온다며 부산을 떨었네요.
그런데 말이죠. 야속하게 오자마자 녹아버리는 눈으로 인하여
양치기소년 같은 실없는 사람이 되었었은데
다행히 새벽에 창문을 여니 세상은 온통 흰 눈으로 덧칠되어있더군요

눈 내리는 것을 하루 이틀 본것도 아니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건만
예나지금이나 첫 번째라는 의미 하나만으로도 설레는 건 여전하네요.
첫눈이 내린다는 것은 아무도 없는 텅 빈 벌판에서 끓어오르는 알 지 못할
그 무엇 때문에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는 그런 아우성 같은 것이라 여겼어요.
오고 가는 세월의 켜켜이 쌓인 무게를 가지고 내리고 쌓이고 다시 녹는 눈,
처음으로 마음에 끌리는 사람을 만나 작은 떨림으로 사랑을 알아가던 설렘처럼
세상에 인연 지었다 살아져가는 것들이 첫사랑뿐이듯 아파하던 시절처럼
내가 잠들었던 그 시간에도 하염없이 쌓인 눈이  점령군처럼 당당한 아침을 그리 맞았지요.
아침에 딸래미 관촌에서 유일여고까지 태워다줘야 되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는 까마득히 잊은채 말이죠.
수능이 끝난 3학년은 아홉시까지 등교해도 되니 망정이지
엄마의 이 빌어먹을 낭만타령에 애꿎은 딸래미만 영락없이 지각시킬뻔했지요.
 
하루가 지난 지금도 임실에는 어제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있답니다.
갑짜기 추워진 날씨로 인하여 눈도 녹지 못하고 떨고 있는게지요.
녹아내린 눈이 밤새 얼지 않기를 바랄뿐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