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전주 완산구 다가동에사는 주부입니다. 어제 겪은 얘기 좀 하려구요. 어렸을때 누구나 한 번쯤은 버릇없다는 말 들었죠? 저 역시 어렸을 때 종종 들었습니다. 그 땐 그런 어른들이 답답하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이제 그 '답답한' 어른이 되었나 봅니다. 나이 서른 여섯인데요. 저희 동네엔 손수레에 종이상자며 헌옷 가지들을 수거하시는 아저씨가 계십니다.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기 때문에 거기서 나온 신문들만 해도 아저씨 혼자서 정리해 가시기엔 참 많은 양이죠. 어제 저녁, 산책도 할 겸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대문을 나서는데 손수레를 힘겹게 끄시는 아저씨가 마침 지나고 계셨습니다. 아이들을 제쳐둔 채 밀어드리기도 그렇고, 섣불리 그랬다가 혹 아저씨가 마음의 상처라도 입으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그저 아저씨의 느린 걸음을 따르기만 했죠. 그렇게 큰 길이 나오기만을 바라고 있는데... 주택가엔 차들이 또 많이 세워져있잖아요. 행여 차에 조금이라도 흠집이나 날까 조심조심. 손수레의 속도는 더욱 낮아지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막 골목을 벗어날 즈음 중학생들이 예닐곱 명이 서 있더군요. 물론 아저씨를 보았겠죠. 하지만 누구하나 밀어드리기는 커녕 피해줄 기미조차 안보이더라구요. 이리저리 피해가 보려해도 학생들의 커다란 신발에 걸리자 아저씨는 손주 뻘 밖에 안 되는 그 아이들에게 "학생들 좀 비켜주세요." 하며 존댓말을 했습니다. 순간 다들 뭔가 더러운 걸 보기라도 한 것처럼 흘끔거리며 마지못해 길을 내어주는 듯했고, 그 중에 하나는 멀쩡한 다리는 저는 체 하며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옆으로 조금씩 비켜나대요. 물론 아저씨를 놀리는 것이었죠. 그걸 보는데 어찌나 속에서 천불이 나던지. 하지만 요즘 제일 무서운 게 중 고생들 이라잖아요. 행여나 시비라도 붙일까 아무 말도 못한 채 그 곳을 벗어났습니다. 그런 아이들. 정말 버릇, 아니 버르장머리 없지 않나요? 도대체 집에서 어떻게들 가르치는지 그 부모들 한 번 보고 싶네요. 옛 말에 아이 키우는 부모는 남의 자식 두고 막말하는거 아니라지만 최소한 사람도리는 하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저요. 이렇게 화 낼 주제도 못 돼요. 우선 저부터도 도와드리지 않았고 어른으로써 따끔하게 한 마디 못한 채 그냥 지나 버렸잖아요. 저 너무 부끄럽습니다. 씁쓸하게, 갑자기 부모님 생각도 나네요. 살아가면서 이런 정도는 금방 잊혀질 작은 것이겠지요? 하지만 우리 어른들이 조금은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