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보입니다.

아내로부터 온 도로주행 합격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정말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요. 운전면허 정도로 너무 유난스럽다 하시겠지만 저희 가족에게 있어 아내의 운전면허는 이 세상 다시없는 소중한 재산입니다. 지난 2001년 그러니까 꼭 3년 전 이맘때네요. 지민이가 태어나기 전 우리 가족, 너무도 평범한 가정이었습니다. 개구쟁이 지우와 함께 주말이 되면 가까운 교외로 나가 바람도 쐬고 외식도 하는... 정말 너무도 소박한 그런 집이었습니다. 하지만 1.8Kg의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지민이를 만나고 부터 모든 것은,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사흘이 멀다하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처가 식구들과 우리 식구들 모두가 매달려야만 했죠. 이제 막 40개월이 지난 지민이는 휘귀성 질환의 일종인 '지방척수 수막류' 환자로써 하지 지체 1급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벌써 큰 수술을 4번이나 받았고 이 곳에서는 더 이상 수술하기 힘들어 서울에 있는 '어린이전문병원'에까지 가서 수술을 이어갔죠. 그렇게 매달 열 번도 넘게 서울을 왔다갔다하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앞으로 몇 번의 수술을 더 받게 될 지 그것조차 모르는지라 가족들은 점점 힘에 부쳐하고 있네요. 이제 한창 걸을 때지만, 수술 후 신경조직이 절단되어 기는 것조차 불가능한 우리 지민이..지금부터라도 재활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못 됩니다. 병원까지 가려면 기차와 버스를 하루 서너 번씩 타고 갔다가 다시 돌아 와야 하는데, 그게 정말 쉽지 않거든요. 몇 번을 고민하고 의논한 결과 아내가 운전면허증을 따는 것이 낫겠다고 합의를 보았습니다. 중고차를 사서 지민이 고생 안 시키고 태우고 다니기로 한 것이죠.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없는 까닭에, 꼭 한 번에 합격해야한다고 부담 주었던 저, 아내는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단 한 번만에 합격해준 아내가 이렇게 고마울 수 없네요. 이런 사랑스런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훨씬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아내의 면허증은 우리 가정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아주 특별한 운전면허증"이에요. 마치 희망의 시작인 듯 한 이 기분....저희 그 동안 너무 힘들었잖아요. 며칠 새 아이도 많이 좋아졌대요. 그것만으로도 힘이 납니다. 지민이와 우리 가족을 걱정 해 주시는 모든 분들게 이젠 더 이상 약한 모습 보이지 말아야하는데... 저희에게 힘 좀 주십시오. 꿋꿋이 이겨내겠습니다. 고창 고수면에서 강인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