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와 같구나.

사연 하나 올려 봅니다.
 
작년 1월로 기억 됩니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던 겨울 늦은밤 회사일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내려 집으
 
로 가던 중.... 도로에 커다란 "개" 한마리가 쓰러져있는 것을 봤습니다. 팔복동 시내방향 추천대교 약 200m
 
지점이었습니다. 아시다 싶이 작은 도로가 아니기에 차들이 달리는 속도가 제법 높은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미 한차례 사고가 있어서인지 도로바닥에 누워 겨우 고개만 들고 있는 덩치가 있는 꽤 큰개였습니다.
 
근데 차마 가던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는 겁니다. 그냥 갈 수 도 없고 도로에 뛰어들어 구해줄자니 너무 위험하
 
고.... 망설이고 주저하는 사이 차들은 계속 지나가고 딱 한번만 더 차에 치인다면 저 개는 제 눈앞에서 죽을텐데..
 
늦은 밤이었고 제가 입고 있던 회사유니폼 역시  검은색이어서 도로에 들어서기가 더욱 겁이 났습니다. 저 역시
 
아이 셋을 키우는 가장이기에...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소형차 한대가 미쳐 피하지 못하고 그 개에 뒷다리를
 
밟으며 지나갔습니다. 순간 개는 고통을 토해내며 울었고 저는 온몸에 털이 곤두섰습니다. 입고 입던 검은색 작
 
업복 잠바를 벗고 전화를 꺼내들어 119에 전화를 하며 도로에 뛰어들었습니다. 한손으론 옷을 머리위로 빙글
 
빙글 돌리며 전화를 했습니다. 이런상황엔 어디에 전화를 해야 할지 몰라....상황을 말하자.... 동물구조
 
하는 곳으로 연락해 전화하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사고 날지 모르니... 도로에서 어서 나오라고...
 
당부하셧습니다..... 몇분이 그렇게 지나 전화가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설명을 제차 하고 ...그런데... 계신곳이
 
아중리 쪽이라 30분쯤 걸릴거라는 거였습니다. 아...
 
이러다간 내가 내일 아침 뉴스에 나오겠다.... 싶어... 개를 데리고 인도로 나와야 겠다... (사실 저는 개를
 
싫어하기도 하고.... 무서워 하기도 합니다.)  그래 양팔을 크게 벌려 위 아래로 저으며 차한대를 세웠습니다.
 
다짜고짜 차를 세우고 쓰러져 있는 개를 인도로 데리고 나갈테니 비상등 켜고 잠시만.... 있어달라고... 크게
 
소리쳤습니다. 영문도 모르는 운전자는 다행히 제말을 들어주었고 저는 개에게 다가갔습니다. 가까이서 본
 
개의 상태는 처참 했습니다. 뒷발은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봐도 이상한 모양으로 꺽어져 있었고... 곳곳에 피가
 
묻어 있었습니다.  조금 겁이 났지만 다친 니가 날 물을 힘이나 있겠냐. 생각하고... 우리 아이 달랠때 처럼
 
나지막한 목소리로...."괜찮아...괜찮아 내가 전화했어 조금 참어 금방 구조하러 온다고 했어 나가자 여기 누워
 
있으면 너무 위험해."  말을 건내며 가까이 다가가 개를 끌어 안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크고 무서운 개로 생각
 
했는데 키만 껑충하고 완전 말라있어 생각보다 가벼운 겁니다.(나중에 알고 보니 '그레이하운드'라는 경주견
 
이라는...) 그렇게 인도로 나와 제 옷을 덥어주니....이녀석도 조금은 안심이 되는듯.... 끙끙거리는 신음소리
 
를 내며 제 손을 핥았습니다...마치 도와줘서 고마워 라는 듯이.... 예상보다는 일찍 구조차가 와서 개를
 
데리고 갔습니다....경주견인데... 목에 전자 태그도 있으니 주인 찾을 수 있을거라는...근데 다리가 완전히
 
부러져 뛸수는 없는거 같다고.... (아.... 뛸수없는 경주견....)    구조대 분은 제게 수고하셨다며 대신
 
인사를 하시고 간단한 제 연락처를 묻고는 가셨습니다..... 날이 너무 추웠고 잠바 조차 벗고 있었지만....
 
가슴한켠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습니다....근데 또 한편으로 저 개가 나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마찬가지 겠지만... 저역시 꿈이 있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었습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일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에 저는.... 그저 하루하루... 회사생활에 얽매여.... 아이셋을 키우기 위해....좋아하는 싫어하는
 
일... 없이... 그저.... 열심히 살아야만.. 한다는...평범한 그저 그런 아저씨가 되어버린....다리가 부러진 경주견
 
처럼....꿈이 꺽여버린 가장에 모습....글을 쓰다보니... 제꿈이 뭐였는지 조차....아련한....
 
 
그날일은....그렇게 잊고 살다 일년이라는 시간이 훌쩍...지나가고...간만에 여유가 생겨 한번 적어봅니다.
 
 
우울한 이야기라....방송에 적합할지 모르겠습니다....
수정 각색 뭐든 상관없습니다...(방송하실꺼라면.... ^^)
라디오 듣는 시간이 일정치 않아... 소개됐는지도...모를겁니다.... (마음만은...애청자!!)
소개된다면... 용기내어 다른 사연도 올려볼까 합니다.... (요센 좀 한가해서.....)
34살 김가인,수인,정인 아빠 김동범씀 010-2310-64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