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8(수)책방에 가다 - 국수

국수┃김숨 지음. 창비 펴냄.

새어머니와의 관계 속 은은하게 뽑아낸
가족

대산문학상과 현대문학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 김숨(39)의 네 번째 소설집 '국수'가 출간됐다.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그 밤의 경숙'을 비롯해 9편의 단편소설을 실었다.

작가가 이번 소설집에서 집중하는 주제는 가족이다. 표제작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국수'를 소재로 여성 화자와 의붓어머니의 이야기를 깊고 은은한 맛으로 뽑아낸다.

소설 속 '나'에게 새어머니는 국수와 동의어다. 국수는 새어머니가 집에 첫발을 들이던 날 해준 음식이었다. 계모가 어머니 자리를 차지했다고 생각한 나는 그녀에게 야박하게 대한다.

결혼한 지 팔 년째 되던 해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임신한 아이를 유산한 후 위로차 그분이 끓여주신 국수조차 한입 대지 않고 변기에 쏟아버린다. 주인공은 아이를 낳으려고 또다시 인공수정 시술을 받으러 가던 중에 불쑥 새어머니 집에 들러 말기 암 선고를 받은 그분을 위해 국수를 직접 빚는다.

흩어진 밀가루가 반죽과 숙성의 시간을 거쳐 국수가 되는 일련의 조리 과정은 주인공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새어머니와 오랜 시간을 거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는 결말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