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8일(화) 책방에 가다


**산책자(한겨레출판, 로베르트 발저 作)

밝고 명랑한 산책을 이야기하는 책은 아니다. 왜 그런지 이해하려면 작가 이야기부터 해야 하는데,

헤르만 헤세나 카프카 같은 유명한 작가들이 로베르트 발저의 열렬한 애독자였다면서

계속 언급하고 추앙했지만 생전의 그의 삶은 대단히 비극적이었다.

1878년 스위스에서 태어났는데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 때 학업을 중단하고

하인, 사무보조, 사서, 공장노동자 이런 직업을 전전해야 했다. 먹고 살기도 힘드니

종이 살 돈도 없어서 영수증이나 전단지, 포장지, 달력 뒷면에 글을 써서

그걸 끊임없이 신문과 잡지에 투고했다. 이런 자신의 배경 때문에 하인이 되기 위한 학교

벤야멘타 하인학교와 같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가난은 더욱 심해지고 우울감에 시달리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했다.

이런 삶 속에서 작가가 집착적으로 의지한 게 바로 걷기그리고 그 걷는 동안의 생각, 발견, 상상 등

쓰기’, 이것이었어다. ‘산책을 못 하면 나는 죽은 사람이라고 얘기할 정도였는데,

이 책 산책자에 담긴 게 바로 그 걷기쓰기의 결과물인 것. 

한 권의 소설집에 42편의 소설이 담겼다? 맨 마지막에 실린 산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10쪽이 채 안 되는 스케치 같은 짧은 이야기나 우화들이다.

그런데 이 짧은, 산문에 가까운 글들이 어쩌면 이렇게 처연하고 심오하고 또 아름다운지...

아 이런 작가도 있구나, 발견의 기쁨도 이 책을 읽는 분들은 느낄 수 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