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7일(화) 책방에 가다


** 칼과 혀 (다산북스, 권정현 作)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배경은 1940년대 일제 패망직전의 만주국,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였던 푸이를 황제로 내세웠지만

실제로 지배한 건 일본의 관동군이었다. 이곳에서 일본 관동군 사령관 모리와

그를 암살하려는 비밀 자경단원 첸, 일본군 위안부로 고초를 겪다가 첸의 아내가 된 조선인 여인 길순이

번갈아 화자로 등장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게 된다. 모리는 궁정에 침투했다가 발각돼

총살 위기에 놓인 첸에게 뜻밖에 요리 시험을 낸다. 첸은 요리사였고, 모리는 전쟁의 두려움을 잊으려고

맛에 집착하는 유약한 성격이었던 것. 한가지 재료로, 어떤 양념도 쓰지 않고,

1분 안에 맛있는 요리를 하면 목숨을 살려주고 황궁 요리사로 채용하겠다는 것.

불가능해 보였던 이 시험을 통과한 첸은 점점 '궁극의 맛'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고

모리가 길순을 궁으로 불러들이면서 삼자 대결의 새 국면이 펼쳐진다.

요리를 매개로 펼쳐지는 한중일 삼국지같은 느낌이 든다.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로워서 벌써부터 영화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세 인물 가운데 모리는 실존 인물인 야마타 오토조를 모티프로 삼았다고 하는데,

소련군에 항복을 선언한 '관동군 마지막 총사령관'인 그는 실제로 전쟁을 두려워하는 성격의 소유자.

민족 간 싸움의 무기로서 칼과 혀로 서로를 해치려고 하지만,

각자 소중한 음식에 관한 추억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기도 한다.

한중일의 역사적 대립과 갈등을 넘어 세 나라 간의 공존가능성을 타진한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