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야기 써달래서 용기를 내어 씁니다.

안녕하세요. 전주시 서신동에 사는 주부 이효숙입니다. 2년전 추석때 일입니다. 큰집이 저희집과 같은 동네에요. 그래서 저희는 명절때마다 이동하는데 따른 불편함은 전혀 없이 살고 있습니다. 텔레비젼을 통해 민족의 대이동 장면을 볼때마다 참 안쓰러워 보인다고 생각만 했지 그 아픔을 느껴보지 못하고 있었죠. 2년전 추석때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희 식구들은 자동차 두 대로 김제에 있는 산소에 성묘를 갔습니다. 아침 일찍 서두르지 않아도 전주에서 김제간은 한시간여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여유있게 출발했죠. 그리고 산소에 가서 성묘도 하고 잔디밭에서 메뚜기도 잡고 했지만 그래도 오전인거 있죠. 궁리 끝에 저희 가족들은 내장산에 아직 단풍은 안들었겠지만 그래도 놀러 가보자 하고 바리 바리 싸간 음식들로 내장산 근처 공원에 가서 편히 쉬고 놀고 먹고 오면 좋겠다고 대화를 통해 결정했습니다. 시어머니, 시아주버님, 제 남편 모두 동의하셨고 저 역시 곧장 집으로 향하는 것보다는 좋을 것 같았기 때문에 기대가 되었습니다. 가지고 간 사진기로 사진도 찍고 가을 하늘의 넉넉함을 마음껏 누리며 저희들은 그렇게 한가한 추석 한나절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오후 서너시경, 싸간 음식도 다 먹고 많이 놀았으니까 이제 슬슬 집을 향해 가보자 하고 차를 나눠 타고 내장산 근처의 공원을 빠져 나오는데 이게 왠 일입니까? 그 한가했던 시골길이 서울차 경기차 인천 차들로 빼곡히 들어서 있고 30분이 지나도록 마을 하나를 빠져 나가지 못하고 느림보 행진을 하고 있었씁니다. 귀경차량행렬이었죠. 정말 상상 조차 할수 없는 일이 벌어 지고 만 것입니다. 명절때 차가 밀릴 거란 생각을 전혀 못하고서 김제에서 내장산으로 놀러 간 저희 식구들 그날 엄청나게 고생했습니다. 1번국도를 타고 태인 근처인가요. 어디메쯤 왔을때 제 남편과 시아주버님은 이대로 가다가는 저녁에도 도착하기 힘들겠다고 상의하고서 제 남편이 아는 길이 있으니 돌아가자고 하는 눈치더라구요. 그래서 운암에서 구이를 거쳐 전주로 들어 가는 길이 있으니 좀 멀지만 이렇게 서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니 드라이브 하면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30분동안 가을 산의 깊은 정취에 다시 힘이 나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다시 차는 꼼짝도 않고 서게 되었습니다. 운암에서 구이를 거쳐 전주로 가는 그 길... 바로 그길은 1번 국도보다 차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 길로 진입하는데만도 30분이 지나고 한 시간여가 지나도록 저희는 서 있었습니다. 이제 남겨 놓은 물도 다 떨어지고 산길에 음료수 구입할곳도 없고. 참으로 난처하데요. 그러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해마다 명절때마다 차속에서 그렇게도 고생들 하면서 고향을 찾는구나 하고 대단한 우리 민족을 발견했습니다. 아무리 텔레비젼에서 떠들어도... 음. 서울에서 전주가 열시간이 걸렸다는 둥 하고 떠들어도 그러려니 했던 저희 가족들 참으로 큰 경험을 했습니다. 집에 와 보니 내장산에서 전주까지 다섯시간이나 걸린 거 있죠. 차라리 계속 1번 국도를 타고 왔으면 족히 한시간 이상은 절약했을텐데 말입니다. 이번 추석때는 다른 어느때보다 더 힘들다고 하는데 어떨지 궁금하군요.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중흥아파트 이효숙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