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봄을 타는거 잠시 왔다가는 바람이거니 했는데...... 새벽길을 나서면 풀들이 일러준다. 이슬머금고 고개를 떨구고 있는 수선화도 햇살에 방긋 웃으며 말했다 나도 봄바람은 무서운걸요 그렇구나 그래도 봄을 잘 이겨내야지 그래야 푸른 계절을 온전하게 안을수 있는 여류롬이 생기는거지 봄들에는 풀들이 다 입맛을 돋게 한다. 난 오늘 새벽뜰에 나가서 솔 취 고수 머위 미나리 미들래 머슴둘래 원추리 엄나무순을 따다가 고추장 매실즙 참기름 개소금 마늘 다지고 간장에 간마추어 비볐다 상추나 쑥갓이나 부추등을 무쳐먹어도 좋지만 봄뜰에 나는 풀은 모두가 향기가 각각이라서 여러가지를 함께 버무려먹는게 최고로 맛있는 밥상인것을 아는지 봄나물은 뭐든 자운영 도 맛잇지 독초는 한잎 따서 혀끝에 대면 아이린맛이 강하고 심하게 자극이 오는것만 아니고 쌉살하고 쓰고 밉고 달고 하는건 다 먹을수있는풀이다 우린 매일 아침 뜰에 나있는 온갖 풀들로 밥상을 차린다 그리고 무우장아찌 뒤란마늘 장아찌 항아리에서 꺼낸 김치 그리고 금새 낳아놓은 계란꺼내 부치고 새송이버섯 얄팍하게 참기름에 지짐하고 새콤한 물김치에 먹었다 오늘은 밀양으로 출장떠나는 남편이 환한 타이를 매고 싶어한다. 그래 그거 알지 바람이라는걸 오늘은 좀 늦어도 괜찬지 어깨에서 다른 여자 분냄새가 폴폴 날린다해도 나 코낼름거리지 않을거니까 그래 머리가 좀 빈듯해도 가슴에 감성이 좀 살아 숨쉬는게 낫지 여자도 그래 남자도 물론 그렇지 돈도 잘 벌어와야 하지만 너무 맹맹해도 그거 문제요 바보 매력없는 여자 랑 살면서 그저 양귀비인줄 알지 이왕이면 나보다 이쁜 여자 훔쳐보고 오길바래 괜히 옷 매무새 챙기고 나서면 남편 보면서 혼자 그린 그림이다. 나두 담주부터는 서울에 자주 간다. 그럼 나두 멋진 서울남자 있음 째려 봐야지 찌 이글을 읽다가 사람들이 웃겠지? 그나이에 꿈도 야무진거라고 나이가 무슨 상관이라구 나 언젠가 노인시설에 봉사하는날 아랫도리가 마비는 돼서 목욕을 시키는데 머리는 가슴은 살아 있더군 그래서 내가 물었다 할매 뭐하고싶은거 있나요? 응 있어 뭔대요? 응 나 뜨겁게 사랑해보고싶어 세상에나 그거다 이성과 감성사이에서 수많은 날들을 안고 묻고 살았던 그거다 난 내마음을 들킨듯이 전신이 소름이 돋았다. 그거여 그것도 모름서 봄바람은 바람나라고 부는거여 뭐 나라고 바람나지 말라는법 있냐고 그저 잠시 부는 바람이여도 사람이라서 겨우내 움추리고 있던 세포들도 반란을 꿈꾸는거 나도 살아있음이여 김제시 황산면 쌍감리 42ㅡ6번지 063ㅡ546ㅡ5686ㅡㅡ010ㅡ2655ㅡ8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