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면? 믿어야지 뭐.

여성시대의 사연을 귀담아 즐겨듣는 애청자 여러분! 오늘도 역시 라디오를 켜 놓으셨군요. 안녕하십니까? 지난 4월 어느날 우렁껍질? 속에서 벗어나 농사일에 적응하려 애쓰는 초보 농사꾼 입니다. 여기에서 우렁껍질이라 함은 어떤 보호막 속에서 살아오던 제가 지금은 스스로 농사를 지어보겠노라고 거친 세상속으로 나옴을 말함니다. 새벽 다섯시 반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올해 무료로 짓기로 한 세마지기 밭에 가서 굵은 돌멩이를 주워내는 일로 아침을 열고, 아침을 먹기전에 잠깐 집앞 텃밭에 심어놓은 상추랑,고추랑 미나리를 돌아보고, 아이들이 학교가기전에 하는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아침을 먹고난 후 낭군이 운전하는 화물차에 타고 아랫마을에 있는 하우스에 가서 오늘 할 일을 챙깁니다. 공짜로 지으라는 밭을 덜컥 얻어놓고 보니 무엇을 심을까? 가 고민입니다. 봄이 시작되기전에 이런일이 있었다면 농사계획을 좀더 알차게 세웠을 텐데, 농번기 철인 5월이 되어서야 밭을 사용해도 좋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올해는 메주콩이라도 심어야 하겠습니다. 논농사의 기본이 벼농사라면 밭농사의 기본은 콩농사 일테니까요. 아무리 밭작물이지만 가물때는 물을 주어야 할텐데,산중이라 전기가 없으니 모타를 돌릴수도 없고, 밭 가까이에는 방죽(작은 연못)이 있어서 경운기라도 있으면 물을 줄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가 바쁘게 이웃 마을 할머니 한분이 자기집에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경운기가 있는데, 고쳐서 쓸려면 쓰라고 하십니다. 농기구 센타의 기사님을 모셔와 시동을 걸어보니 기사님 왈 엔진소리는 아직 쓸만하네요. 바퀴만 새로 바꿔 쓰시면 별 무리는 없겠네요. 하더군요. 어릴적부터 아버님으로부터 배운것이 농삿일인데, 집이 가난했으니, 기계다루는 일은 해보지 못했고, 지게질은 열살때 부터 배웠었지요. 십년전에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해진 제가 남의 간섭 받지 겠다고 농사일을 선택했으니 무리가 아닐까요? 아뭏튼 몸 불편한 젊은이가 시골에서 농사 짓겠다고 하니 여기 저기서 도와주는이가 많아서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농사란게 적응하려고 하면 할수록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나이 서른아홉에 방송대학 농학과를 졸업했지만 모르는것 투성이랍니다. 빠른곳은 모내기를 한 지역도 있지만, 본격적인 모내기는 다음주쯤 시작될것 같습니다. 요즈음 고추 심느라 새벽부터 시끌시끌 합니다. 들판에 풀들이 무성하게 자랐지만 꼴망태 짊어진 사람을 볼순 없고, 저 풀들을 베어다 소에게 먹이로 주고 싶은 심정 농사꾼이면 다들 공감하실겁니다. 누가 제게 송아지 한마리 사주실분 없나요? 가을에 큰소로 보답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지리산줄기 견두산자락에서 농사꾼 김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