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비닐봉지가득 완투콩이 빈틈없이 꼬투리째~
묶여있습니다.
까만 비닐봉지를 뜯자 안에서 기다렸다는듯
우르르르 쏟아지는 완두콩을 까기 시작합니다.
음~~ 향이?!@@
그래요.
냄새가 아니라 향이^^!!
음~~
여름철 옥수수깔때 나는 냄새 아니아니 향같은 건데요.
풋냄새같은거에 향긋함이랄까?!
풋냄새같은거에 고소함이랄까?!
휴우~
이럴때 제대로 된 표현방법`을 쓸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그게 안 되네요~~^^
꼬투리의 이음새?!@@를 한 줄 떼어내면
완두콩 까는 일은 훨씬 수월해집니다.
꼬투리안에는 일고여덟개쯤 알차게 꽉꽉 채워진
완두콩이 가지런하게 나올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깥으로 털어놓으면
어떤 거는 제자리로 떨어지지만,
어떤 거는 통`통` 튕겨서 거실바닥 저 멀리로 사라져버립니다.
그 찰라`를 놓칠세라
울 정수가 쪼르르르 달려가 손가락질을 합니다.
"정수야..
어여 가져와..
여기 비닐팩에 넣자.. 자아~ 엄마처럼!!"
그러면 고사리같은 엄지와 검지를 놀려
완두콩 하나를 집어서는 대단한 것처럼
엄마에게 자랑하듯 보여주고는 달려와
비닐팩에 집어넣어줍니다.
그렇게 비닐팩이 두 개나 만들어졌습니다.
저녁에 먹을 거만 따로 내어놓고,
나머지 비닐팩 두개는 냉동실에 넣어놨습니다.
이제 며칠은 밥 할때마다 한움큼씩 꺼내어
밥을 할거고,
검은콩밥`의 검은콩`은 그닥 반가워하지 않았던
신랑도
완두콩`앞에서는 유혹`을 이기지 못할것입니다.
아직 연한 것들은 꼬투리째 따로 냉장실에 넣어놨습니다.
그거는 삶아먹으면 또 맛이 기가 막힐거거든여^^.
정수도 담백함의 원조격`일 완두콩`을 두고
맘마`를 거역하는 일은 없을것이라 믿어봅니다.
올해 친정집에서는 완두콩농사`를 꽤나 지으셨습니다.
다른 일거리보다
손이 덜가는 대신,
가격도 꽤 괜찮다고해요.
두분도 연세가 있으시니까
자꾸 자식들이 밭일논일 줄일만큼 줄이시라고
말씀을 넣어드립니다.
그렇지않아도 두분 자신이 얼마나 힘이 딸린다는걸
알고계시기때문에 농사일을 관두지는 못하는대신
자식들의 말을 수용해 주셨습니다.
지난휴일에 마침 친정엄마의 생신이여서
저희 5남매가 모두 모였더니..
가족이 20명이나 되었습니다.
꼬마조카들도 많다보니,
오랜만에 시골집이 아이들 뛰노는 소리에
생기`가 가득하였고,
작은오빠네가 둘째를 낳았는데 아직 백일도 안 된
갓난아기를 안아보시는 아버지는 벌써 눈맞추고
헤죽헤죽 잘 웃는 손녀를 두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십니다.
이렇게 모였을때
집안일이라도 좀 돕자고 완두콩 따는 일`을 자처하지만,
부모님맘은 또 그게 아닌것이~~
그냥 쉬었다 가라는 건지,
완두콩 따는 일`을 미루시고,
다만,
자식들이 가져갈 완두콩 몇자루 챙겨준다는 것이,
어느새 경운기 가득되었고,
완두콩다발채 경운기에 실려온것들은
점심먹고 오후내내 가족들이 다 손을 놀려
완두콩`을 따내었답니다.
겸사겸사
자식들에게도 자루껏 주고,
남는것들은 그날저녁 바로 도매상`에 넘겼답니다!!
이렇게 자식들도 부모님 일을 조금이라도 거들고오면
몸은 비록 피곤하고 힘들지라도 맘은 얼마나 뿌듯한지요?!
효도`가 별거 아닌것 같은 것이..
결혼해서 살아보니.. 조금이나마 부모님맘` 알겠어요.
그저 가족간에 우애`하고 잘 살면 그거 보시는 부모님맘`도
흡족해하시겠지요?!
완두콩 꼬투리안에서 꽉 채워진 가지런한 완두콩알들마냥
가족이란 울타리안에서 사이좋게 지내는 자식들 보면서
부모님은 주름지고 그늘진 얼굴속에서 잠깐이라도
한 시름 덜어놓아주시겠지요?!
일에 치여, 아픈 몸에 치여~
늘 양약이며 한약을 달고 사시는
부모님에게 저희가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는게
명약`아닌 명약`이 아닐런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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