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밖에는 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네요.
여러분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방울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들녁의 논에서 목말라 애태우던 모들은 이번 비로 짙푸른 옷으로 갈아 입을것 같네요. 그리고 며칠전부터 새벽녁에 집 근처 세마지기 밭에 콩을 한바가지씩 나흘간이나 심어놓고 비오기만을 애태우던 우리 산골농부님도 마음이 흡족하시겠네요.
사실 제가 우렁각시에서 산골아낙으로 변신을 시도하다가 농산물 가격의 폭락으로 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거든요.
손동작이 빨라야 상추잎을 뜯을때 도움이 되는데, 저는 손동작은 느리고 힘은 세거든요. 마침 시내 농산물 공판장에서 출하하기 위해 싣고오는 많은 농산물을 내려 정리하는 하역반에서 아주머니 인부 몇명을 구한다기에 저도 구직의 손길을 내밀어 당당히 합격하여 일주일째 일하고 있습니다.
오후 1시에 출근하여 밤 11시가 넘어야 퇴근할수 있는 힘든 일이지만 낭군님이 바라보는 하우스 농사일만으론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겠더라구요.
농산물 수확시기가 맞아야 돈을 만질수 있는데, 지난 5월부터는 상추 가격이 박스값도 나오지 않은 때도 있었답니다.
집에서 공판장까지는 30여분 걸리는 먼 거리지만 낮엔 농사일하고 피곤할 텐데 저를 태우러 오는 낭군님이 얼마나 고맙고 정겨운지요.
어제는 이런일도 있었답니다.
마을에 공사가 있어서 이틀째 상수도가 단수가 되어 집에 물이 없었는데,
낮에 땀흘려 일하고 한밤중에라도 샤워정도는 해야 잠을 잘수가 있어 목욕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우리신랑, 화물차 적재함에 목욕통을 싣고 십리밖 농협 마당 모퉁이에 있는 수도에서 물을 받아왔더라구요.
채소밭에 물주는 조루를 이용하여 제 등에 물을 뿌려줄때는 어찌나 시원하던지 그날 하루의 노고가 싹 가시더라구요.
농사일을 뒤로하고 시내에 나가 하는 하역반 일이 힘들지만 그래도 한달후 받게될 월급을 생각하며 참고 견디렵니다.
학교에 다녀오는 다정이와 은진이를 집에서 반갑게 맞이하지 못하고 밤에 들어와 잠자고 있는 아이들이 차 버린 이불을 슬며시 덮어줄수 밖에 없는 엄마가 될수 밖에 없는 초라한 내 신세에 울컥하지만,
우리의 삶이 넉넉해 지면 화목하게 잘 살날이 올겁니다.
여성시대 가족 여러분 응원해 주시리라 믿어요.
오늘 하루도 좋으날 되십시요.
전북 남원시 수지면 유암리 199-2 포암마을 서성미. 010-5630-7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