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농촌에 아이들

오후 5시가 조금 넘으면 마을에 어린이집에 노란색 작은 버스가 올망졸망한 아이 여섯명을 내려 놓고 간다 백지혜 백인혜, 김진호 김수인, 정하송 정은송. 이들의 어머니는 필리핀에서 이곳 농촌총각에게 시집을 왔다 같은 시기에 결혼들을 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나이가 고만고만하다 어제 나는 여섯아이들을 데리고 닷몰로 해서 물재넘어 강진몰까지 들판을 돌아 다녔다 콘크리트로 덧 씌워진 농로를 비켜한쪽에 홀로 피어난 노란꽃은 민들레, 아무렇게나 여기저기 셀 수 없을 만큼 하얗게 핀 것은 개망초라고 가르쳐 주며...... 언덕배기를 오를 땐 땀이난 아이의 이마를 닦아주니 인혜가 "나도 땀이 났는데......"하며 이마를 들이 댄다 샘이 났는지 수인이도"나도 땀이 났어요" 한다 진호는 남자아이라서 그런지 폴짝폴짝 잘도 뛰어 다닌다 세살배기 은송이는 가끔씩 업어 주면서........ 강진몰에서 마을 로 내려 오는 길에 수정양반집 울타리에 벌똥 열매가 빨갛게 조랑조랑 달려 있다 "먹어봐! 맛이 어때?" "맛있어요! 더 주세요" "나도 더 주세요" 작은 손바닥에 다섯개를 얹어 놓으니 손안에 빨간열매가 그득하다 다시 세개를 얹어 놓으니 작은손에 벌똥열매가 안성마춤이다 "하이고 예쁜것들......." 저희들끼리 재잘대는걸 주의깊게 들어보니 백인혜자매와 김진호남매는 말이 거침이 없는데 정하송이 자매는 그렇지 못 한것 같다 따라 해 보라며 "개...망...초...'하니 "대...망...추..."한다 다시 입모양을 보라며 아이 눈높이에 맞춰 몸을 구부린채 "개...망...초..."하니 "개...망...추..."한다 다시"개망초"하니 "개망초"하고서 '까르르'웃는다 백인혜네와 김진호네는 할머니가 계셔서 아이를 마을회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데리고 다니면서 놀게 하니까 말을 빨리 배운 것 같고..... 정하송이네는 그렇치 못 하니까 좀 더딘 것 같다 그리고 아직 아이들의 엄마가 짤막짤막한 토막단어로 언어소통을 하는 탓에 할머니, 할아버지, 친구들과 노는 것이 말을 배울 수 있는 통로인 것 같다 또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정하송이 엄마가 혼자가 되었다 남편이 술이 너무 과해서 몇차례 병원신세를 지더니 저 세상사람이 되었다 하송이엄마 나이 이제 겨우 스물아홉인데...... 걱정하지 말라며 주위에 좋은 사람들 많다고 위로는 햇지만 낯선 땅에서 두 아이를 둔 젊은 엄마의 삶이 미루어 짐작되는데 앞으로 하송이 엄마의 삶이 얼마나 팍팍할까? 전화:632ㅡ2905 우편번호:590ㅡ910 주소:남원시 덕과면 104번지 김용복씨집에 진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