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쇼 하는 날은 한번도 비가 오지 않았다는 말씀이 생각나서 아침 잠을 깨면서 창밖을 살폈습니다.
아침 날씨는 잠 깨기 싫어하는 아이처럼 잔뜩 찌푸리고 있더니 어느새 화창한 가을 날씨가 되더군요.
이번에는 사정이 복잡해서 편지쇼 불참을 결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화창해지자 제 맘도 변하고 말았어요.
마치 덕진공원에 저를 기다리는 많은 분들이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기 시작한 거지요.
사회자님 두분과 리포터님, 작가님과 열성 애청자님들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았으니까요.
일단 오후 4시에 예정된 일을 5시로 미루고 토요일이라 일찍 귀가할 가족들 식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휴대폰으로 아는 사람들에게 편지쇼 함께 가자는 문자 편지를 보냈습니다. 여기저기서 미리 알려 주지 않았다고 원망을 들으면서 마지막으로 딸내미에게 편지쇼 가게 빨리 귀가 하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누가 부르지도 않았고 챙겨 주지도 않았지만 한 해라도 빠지면 개운치 않을 것 같은 이끌림이 8회 편지쇼를 참석케 했답니다.
다른 해에 비해 낯익은 얼굴을 뵐 수 없어서 무척 서운했습니다.
늘 잔치 마당을 연상케하는 먹거리와 음악이 더 기분을 들뜨게 해서 좋았지요.
오랫만인데 저를 기억해 주신 윤승희님 김난수님 그리고 박일두님 고맙습니다.
다녀와서 카페에 들어가 보니 모두들 다녀 가셨군요.
딸과 함께 나란히 앉아 편지를 쓸때 편지지에 간간히 떨어지던 작은 나뭇잎들이 생각납니다.
편지지 한켠에 붙일 수 있었음 부족한 글에 만회가 되었을텐데 그냥 한 잎 주워와서 책갈피에 꽂았습니다.
한해 한해 장소를 달리하는 편지쇼에 대한 추억이 다른 모습으로 쌓여가는 것이 행복입니다.
즐거운 추억이였습니다.
추신: 고창 선운사에서 제가 찍은 상사화 구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