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30분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내일일을 걱정하며 앉아있던 저는 수화기를 귀로 가져다 댔습니다.
"여보세요"
"밤늦게 죄송합니다만 거기가 은진이네 집이죠?"
"네, 그런데요."
"예, 저는 은진이 학교 담임인데요. 눈이 많이와서 내일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연락드리는 겁니다."
"에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가단한 연락이었지만 꼭 필요한 전화였습니다.
잠시후 5분쯤 지났을까?
또다시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따르릉,따르릉"
"여보세요?"
"예, 다정이네 집이죠?"
"네, 방금 연락 받았습니다. 은진이 선생님 한테서."
"예 그러셨어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일요일 새벽 잠시 흩뿌렸던 눈발은 날이 새면서 지붕 위에만 흔적을 남기고 길바닥엔 물기만 반짝였을 뿐인데, 오후 세시가 되면서 다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다섯시가 지날즈음엔 눈이 길위에 쌓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15km쯤 떨어진 형님네 김장을 도와주러 갔다가 일이 마무리 되는대로 집으로 와야만 했답니다. 눈길운전은 위험하니까 얼어붙기전에 출발한 것이지요.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데 눈이 많이 와서 어디에서 교통사고가 났고,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가 결항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설마 우리 지역에는 그렇게 많은 눈이 오진 않겠지? 했었는데,
밤늦게서야 학교 휴교 결정이 담임선생님께 전달되고, 선생님은 각기 맡은 반 학생들 집에 전화를 하고 하는 소동이 벌어진 겁니다.
첫 눈치고 너무나 많은 눈이 온 것이지요.
불을 켜서 마당에 쌓인 눈을 바라보니 운동화를 신고는 못다니겠고, 장화를 신어도 발목까지는 빠질 것 같이 많이 내렸는데, 내일 아침까지 게속 내린다며 정말 문제가 클 것입니다.
내일 아침 오삽으로 눈을 떠내고 대비나 싸리비로 길을 쓸어 노인들뿐인 마을 사람들이라도 다닐수 있게 하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겠습니다.
지리산 자락 견두봉 아래 포암마을에서. 김영수. 011-9668-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