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장맛비가 지나간 탓인지 오늘은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우편함에 들어 있는 편지를 꺼내 살펴보다 손이 떨린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편지를 뜯기 위해 서랍속에 넣어 두었던 가위를 찾는데 보이지 않아 급한 맘에 주방기구에 정리 되어 있는 가위를 들고 편지 봉투를 개봉했습니다.
“부모님께. 제가 집을 떠나 온지도 벌써 일주일이 다 되어갑니다.” 여기까지 읽었는데 눈동자가 흐려지면서 다음 글씨가 보이지 않아 눈물을 훔쳤습니다. 최근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아들이 군대 갔다고 말하면
“많이 울었겠네.” 하더군요.
“별로 안 울었어.”라고 대답을 하곤 했었는데 누가 보면 거짓말 했다고 할 것 같이 눈물이 쏟아지는 걸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입대 한지가 20일이 다 되었습니다. 입대하던 날 늦은 아침을 먹은 아들을 데리고 친구 몇 명과 함께 차 2대로 송천동에 있는 35사단으로 갔습니다. 그동안 입대하는 친구들을 따라 가 본 경험으로 가급적이면 어머니는 집에서 배웅했으면 좋겠다는 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따라 나섰습니다. 아들 염려를 잠재울 수 있을 만큼 감정 조절을 할 자신이 있었거든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니 군대가는 길을 가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있겠나 싶어 따라 나선거지요. 35사단 연병장을 지나 강당에서 군부대 훈련 상황을 설명하는 “부모님 간담회”시간에 참여한 후 입영자들과 가족들을 분리시키는 순간 아들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 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손에는 손수건을 꼭 쥐고 있었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부모님께 인사를 한 후 따라 온 친구들과 악수를 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먼저 아버지와 눈 맞추고 인사를 하더니 나를 보면서는 눈길을 스치듯 지나쳐 버리더군요. 나 역시 말문을 열면 울먹일 것 같아서 고개만 끄덕여 주었습니다. 아들과 작별을 하고 강당문을 나서는데 생각만큼 눈물이 나진 않구나 싶더군요. 아들 친구들을 데려다 주고 혼자 집으로 들어와 넋 놓고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멀쩡하던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면서 몸살기운처럼 아파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눈물은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닌 듯싶습니다. 차라리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눈물을 흘렸더라면 몸이 대신 슬퍼하진 않았을까 싶었지요. 아들이 없는 시간에 보고 싶은 감정을 누르면서 아들과 대화 할 수 있는 통로로 일기장을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집 떠나 있던 소중한 시간을 담아 두었다가 제대 선물로 줄 계획입니다.
1주일 후면 훈련병들 모습을 국방부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 할 수 있다는 말을 기억하고 딱 일주일이 되던 날 육군본부 홈페이지에서 군복 입은 아들 모습을 보았습니다. 입대했던 장병들 중에 제반 검사에서 11명이 귀향 조치되었다는 내용을 보고 우리 아들은 건강하게 잘 있구나 싶었습니다. 먼저 사진을 다운 받아 컴퓨터 바탕화면에 실었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보고싶은 맘을 달래며 지내던 중 열흘이 되던 날 우체부 아저씨가 소포를 전해 주고 가더군요. 모든 어머니들을 울린다는 옷이 배달되었지요. 아들이 입고 갔던 옷에 행여 라도 쪽지 한 장이라도 들어 있을까 싶어 주머니 마다 손을 넣어 봤지만 각종 검사를 한 OMR카드에서 떼어낸 구멍 뚫린 모서리 종이만 꼬깃꼬깃 접힌 채 들어 있을 뿐 아무 흔적도 없었습니다. 서운함 맘에 옷만 한참 만지작거리고 있었지요.
그리고 다음날 예상보다 빨리 반가운 아들의 편지가 왔습니다. 평소에 어버이날 즈음해서 선물보다 편지 한 장 받아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해도 편지를 안 쓰던 아들인데 편지지 두장이나 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낸 걸 보고 놀랐습니다.
부모님들이 모두 나간 후 강당 문이 닫히는 순간 두려움과 아쉬움이 밀려왔다는 아들의 속내를 읽으면서 가슴이 짠하더군요. 식성이 좋았던 아들은 키에 비해 몸무게가 많았는데 군에서도 비대한 사람들만 모아 ‘몸짱’반을 만들어 몸만들기를 하고 있다네요. 처음 해보는 바느질하며 구령을 외치며 식사를 하는 생소한 생활이 차츰 익숙해 질 것 같다는 편지를 읽으면서 그동안 궁금증이 풀리는 듯 했습니다. 편지를 읽자마자 답장을 썼습니다. 입대를 위해 머리를 깎고 들어오는 모습에서 어릴때 귀엽던 모습이 보였던 아들이길래 얼짱반에 들어가지 못하고 몸짱반에 들어 간 것이 유감이라고 말 해 주었습니다. 평소 날씬한 아들 모습을 보여 주라고 말하곤 했는데 5주 훈련을 마친 아들 모습이 그렇게 변해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지 말미에 “아직은 겁쟁이 훈련병 유진식”이라고 적은 우리 아들이 군에 잘 적응해서 멋쟁이 대한의 남아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도 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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