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옛날생각 나네요..
장장 2년간을 죽어라고 짝사랑하던 사람에게서 첨으로 크리스마스 카드 받던 기억이...
음..
지금부터 11년전..
대학교 새내기이던 시절..
제가 들어갔던 동아리가 합기도라는 운동써클이었는데요..
남자들이 득실대던 그곳에서 전 그냥 운동이나 하던 선머슴아같은 여학생이었죠..
그러던 어느날 학교 축제 시범을 끝내고 뒷풀이장소에서 알게된 한 선배.
그 선배가 제 인생을 흔들어놓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학교 축제가 6월에 있었으니 제가 첨 만난건 그 때라고 봐야죠..
하긴 그 전에도 여러번 봤었겠지만. 워낙 많은 선배들 중에 그런 선배가 있었는지도 몰랐죠..
그러다가 대동제 시범 뒷풀이 자리에서 우연찮게 마주보며 앉게 된 그 선배.. 술 못하는 저에게 막걸리 연거푸 마시게 하면서 이런저런 세상돌아가는 얘기 해주시던 그 선배님이 이상하게도 담날도 그 담날도 하루종일 머리속에 집을 짖고 들어앉더군요..
딱 3일동안 생각만하다가 동아리 선배들에게 이름이 뭔지 몇살인지 몇학번인지 무슨과인지 물어보게 되었죠.
그 때부터 저의 고달픈 짝사랑은 시작되었죠.
저 안해본거 없습니다.
생각나는거 아무거나 물어보세요..
아마도 웬만한건 다~~ 해봤을걸요..
천마리 학이며 집앞에서 도서관앞에서 선배네 과 건물앞에서 기다리는건 다반사구요..
없는 용돈 쪼개가면서 밥사주고 술사주고 좋아하는 노래 테이프사주고, 확 휘어잡을 수 있다는 지갑이랑 허리띠 선물에..
남들이 한다는건 다 해봤죠..
허나.. 안되더군요..
만 2년 제가 2학년 기말고사 볼 때까지 해봤으나 안되더군요..
에휴.. 포기하자..싶으니까 그 선배가 그렇~게 밉더이다.
말소리도 듣기 싫고 동아리방에 있으면 들어가기도 싫고,
그렇게 좋던 사람이 ..
역시 사랑과 미움은 종이한장차이란말이 맞더군요..
근데..
이사람..
맘 정리 힘들게하고 난 뒤..
저에게 그 해 크리스마스 카드를 건네주더군요..
별꼴이야 싶은데도..
어찌나 맘이 떨리던지..
도서관에서 제 자리로 돌아와 살며시 뜯어봤죠..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 다시'란 노래 가사가 적혀있더군요..
사랑을 하게되면 모든 노래와 드라마가 다 자기얘기 같다던가요..
어찌 그리도 잘 표현해놨던지..
챙피한줄도 모르고 도서관에 앉아 펑펑 울었죠..
그선배에게도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더군요..
힘들게 그 사랑을 접고,, 절 다시 보게 됐다면서.
그동안 힘들게 해서 미안하고.. 다시는 울리는 일이 없을거라면서...
그해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
지금은 어언 8,9년을 같이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2001년도에 진정한 제 사람으로 만들어서 올 크리스마스엔 네명이서 조촐한 파티를 하면서 보낼 거 같구요..
오늘 드라마를 보면서 예전 선배앞에서 가슴떨리는 기억이 새록새록나더군요.. 나도 예전엔 매일 저런 가슴떨림을 경험하곤 했는데.
이제 겨우 강산이 한번밖에 변하지 않았는데..
내가 너무한거아닌가..
오랜만에 신랑한테 메일을 보내봤네요..
그 가슴떨림을 기억하면서.
추억이란 가슴속에 고이고이 간직했다가 아무때고 꺼내 볼 수 있어서 참 좋으면서도 고마운 존재인거같아요..
오늘 밤 비록 한낱 드라마로 인해 예전일 생각하면서 글 남기지만.
아마도 내가 죽을 때 까지 가끔 꺼내보면서 웃을 수 있는 그런 추억이 있어 행복한 밤입니다.
이글 읽으시는 분들..
가슴속에 넣어두었던 아름다운 추억 하나 꺼내보시면 어떠실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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