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가 예삿일은 아닌디,
사람들은 "흘일 업쓰먼 시골가서 농사나 짓겄다"라고들 허는디,
농사가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는 일이고, 그 생명이 대물림허는 이치를 알아야 쓰는디, 그럴라먼 우리가 숨쉴때 필요흔 공기, 마시는 물, 따땃흔 햇빛,열을 식쿼주는 바람. 글고, 오만가지가 썩어져서 내놓는 영양덩어리 퇴비. 이런 것들이 조화를 잘 이뤄야 그 열매가 탐지거든. 이런 이치를 알고 농사를 질라치먼 농사가 예술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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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마, 가시내가 사랑흐고, 암놈 숫놈이 좋아허는 것도 예술이제마는
맨날 묵어도 안질리고, 쌉싸롬허고 꼬소롬흔 상추 농사도 예술이 아니겄소.
삼겹살 허먼 상추가 생각나는디, 비료찌끈 상추는 자고나먼 물케져 뿌리는디, 퇴비로만 키운 유기재배 우리 상추는 보름도 까딱 없당깨요.
마흔한살 김영수가 예술가 다먼 농사가 예술이 아니겄소.
새복에 이슬비가 살짝 내려 대지를 촉촉히 적셔주었습니다.
시월초에 이사를 하고도 딸네미들을 수지까지 태워다 주느라 쪼끔은 부지런을 떨었던 것은 학습발표회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학습발표회나 하고 전학하겠다고 사정하는디 어쩝니까?
이정도의 부탁은 들어 줘야지요.
처음엔 담인 선생님이 시내에 상깨로 태우고 댕긴다고 혔다는디, 한 일주일정도 글고난게 괜히 미안스러서 어차피 나도 수지로 댕개야 헝깨로 지가 태우고 댕기겄소 허고는 그다음부터는 제가 태우고 댕겠당개요.
한달쯤 지낭개로 예정된 그날이 돌아와 뿌렀소.
딸네미들이 댕기는 초등핵교에서 학습발표회가 있다케서 잠시짬을 내서 학부모자격으로 특별출연하여 사투리로 씨부렁 거리고 왔소.
많은 학년은 열멩 적은 학년은 다섯멩 전체가 마흔 댓명 되는 학교를
학습발표회를 마지막으로 하고 내일부터는 시내 초등학교로 전학하게 되는 딸네미들에게 추억을 냉게 주고자 사투리에 도전하여 몇번을 외웠제만 해놓고 낭게 좀 시나브로 했으먼 더 재밌었을 텐디 허는 맴이 듭니다.
이번 사회는 4학년인 둘째딸 은진이가 맡아서 또랑또랑 잘 허드랑개요.
즈가부지도 학창시절엔 웅변을 잘 혔었는디. 닮았나 봅니다.
이번 학습 발표회는 학부모 참여도가 많아 전시부분에서도 배나 비행기 같은 공예품도 작가들 수준 뺨치는 것도 있었고, 70년대 장난감인 나무칼이나 허수아비도 한쪽 모퉁이에서 웃고 있었답니다.
공연 부분에도 사투리로 말한 저를 비롯해서 엄마들의 땐스가 있었고, 부채춤이랑, 색스폰 연주도 있어서 어느해 못지않은 훌륭한 학습발표회가 되었습니다.
학습발포회를 허고낭깨로 학년을 마칠때 꺼정 댕기고 싶다고 하네요.
허지만, 겨울철 눈이 많이오먼 찻길이 위험흥깨 안된다고 딱 잘라 말했네요. 졸업흘때 꺼정 댕기고 싶겄지만, 인자 수지사람이 아니고 왕정동 사람인것을.
내일부터 댕길 초등학교는 역사있는 학교로 시내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서 집에서 핵교까지 갈라먼 큰도로를 두개나 건네야 허는디, 걱정이요.
어찌됐건 시내에서 살아야 쓰는디, 어찌것소. 조심허는 수밖에..
시골서 삼시로 주로 시골이야그만 쓰다가 인자 시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그를 쓰게 됭깨로 기대허씨요. 여성시대 팬 여러분.
평안흔 하루 보내시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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