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 통일이 될랑갑서요.

국사봉을 사이에 두고 동쪽은 임실 운암면이고, 서쪽은 완주 구이면인데,운암 쌍암리에서 구이 못찌라는 동네를 찾아 갑니다. 엄마는 쌍암리에 살고 계시고 이모님은 못찌에 사는데, 내일 결혼식이 있응게 한번 댕게 가시라는 기별을 받은 모양인데, 아들은 서울로 계모임가서 멀리있고, 조카는 여자친구랑 데이트 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막내딸인 제가 이모님이 보고자서 서방님을 꼬셨습니다. "다정이 아빠! 엄마가 이모집엘 가야 흔다는디, 나도 이모집에 가 본적이 오래 됐거든. 내가 가는 길도 잘 아니까 엄마만 이모집에 모셔다 드리고 오면돼요"했는데, 남원서 운암까지 한시간은달려가야 쓰는디, 엄마는 "옥상에 널어놓은 고추랑 엿기름용 보리를 걷어야 쓰는디 집에 흘일도 많고만 내일 정용이 불러서 갈랑께 오늘은 여그서 자고 내일 아침에 가거라" 하시는디, "엄마는 막내 사위가 못찌 이모집에 한번 가 볼라고 왔고만 내일 간다고 그래?" 하면서 다정이 아빠 핑계를 댔습니다. "씻도 안했는디야, 언제 씻고 간다냐?" "옥상에 있는 고추랑 엿지름 보리는 내가 걷어놀랑개 엄마는 얼른 씻고 옷 갈아입어요." 십여분을 기다렸다가 국사봉을 넘어갈 길을 선택합니다. 저수지 쪽으로 갈거나,굴 뚫린 디로 갈거나? 좀더 가찹다는 굴 뚫린 데로 넘어가니 길이 꼬불꼬불 돼지창자같이 험합니다. 산을 다 내려가니 순창에서 전주가는 대로가 새로 생겨 그 옆을 따라가는 옛길을 찾아가는 디 엄마도 헷갈리는가 봅니다. "아니 언제 요로케 변해 뿌렀다냐?" 쪼금만 더 가보소. 오 여그네, 요 고삿길로 쭉 따라 올라가먼 못찌가 나오네" 마을로 들어서니 새로 길을 맹그느라 자잘흔 자갈같은 것이 깔려있는 것을 봉깨로 곧 아스팔트 포장공사가 이뤄질 것 같습니다. 큰이모, 작은 이모, 외삼춘, 언니, 오빠들도 방안 가득 모여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엄마가 이모집에는 이십년쯤 만에 들른거라 반갑기도 했었든가 봅니다. 외삼촌이 하시는 말, "인자 남북통일이 될랑갑소.누님이 저 멀리 국사봉 건너편에서 여그까지 찾아온걸 봉깨. 틀림없이 통일은 이뤄질 것이요. 그때까징 건강허게 오래오래 살아야 겄소."하십니다. "나 어릴직에는 엄마 손잡고 한나절을 걸어서 이모집에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 납니다. 일년에 한두차례 돌아올까 말까한 친척집 대소사에 꼭 찾아가 좀더 깊은 정을 쌓아야 할것 같습니다. 저녁밥만 먹고는 남원 사는 우리는 또 출발해서 집으로 왔시요. 남원시 왕정동 시영아파트 101-102호 서성미. 010-9491-4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