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갑니다
가을 짧은 해에는 부지깽이도 한 몫 거든다는데....
들판에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지만
재적이 25명정도 되는 교인들의 몸과 맘의 쉼을 위하여
순창 강천산으로 단풍놀이를 다녀 왔습니다
교회봉고차로는 온교인이 다 탈 수가 없어서
이웃에 접해 있는 영천교회목사님께서 수고를 해 주셔서
두대의 차에 나뉘어 탄 뒤 오랫만에 지역을 벗어나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강천산은 입구에서 부터 걸어서 두시간거리의 길이 모래가 깔려 있어서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좋은 길입니다
시골교회가 다~ 그러듯이 연세가 있으신분들이 많다 보니
함께 걸을 수 있는 분들이 몇 안되었습니다
모래밭길을 한참 걷다가 흐르는 계곡물속에 물고기들이 노는게 보여서
그걸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심심하니 함께 가야지?" 하며 살째기 내손을 잡습니다
누군가 하고 뒤돌아 보니 미연이 엄마였습니다
미연이 엄마는 교회에 오면 아무말 없이 예배만 참석하고
그냥 없는듯이 있다가 가는 엄마입니다
당뇨합병증으로 한쪽다리를 잃고 정신지체인 남편
두딸랑구... 80세가 훨씬 넘으신 시어머니....
그리고 그 역시도 좀 부족한듯 보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예배시간이 끝나면 "왔어?"하면서 손만 잡아 줬을 뿐인데...
오늘 그녀가 내게 다가와 심심하니 함께 가자고 합니다
두시간거리의 모래밭길을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은체 걸었습니다
좀 바삐 걸으면서 "숨 차지 않아?"
"아니....괜찮아요"
"이렇게 좀 빨리 걸어야 운동이 되거든?"
"우리 친정동네같이 돌이 많네요 우리 친정집은 돌담이었는데 죄다 들어다 내뿐졌어요
테레비에서 그러는데 이번 주말쯤에 단풍이 절정이라던데...."
'절정?....절정식이나? ....바보가 아니잖아?....'
아구구 ...나는 그녀를 부족하게만 봐 왔는데
뒤퉁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교회 오면 통~ 말이 없고 대화도 해 볼 생각도 안해 보고 그냥 왔냐면서
손만 잡아 줬는데...
"복지관에서 보내준 밑반찬은 잘 받아서 드시는가?"
"예...미연이 아빠는 마늘냄새가 덜난다고 복지관에서 보내준 김치하고만 밥을 먹어요"
"그래?..이달엔 무슨반찬이었지?"
"땅콩조림하고요 무우생채하고요 멸치잔지하고요 김치하고요"
그날 그녀가 나에게 여러 말들을 해 와서 내가 놀랬고......
얼마나 우리가 편협된 인간인가 하고 다시 생각하는 하루였습니다
한 영혼을 귀하게 여기고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하는게 우리의 사명인데...
우리에 편협된 생각이 타인에 도움이 필요로 하는자들을 외면한체
그들을 여러모양으로 소외시킨체
우리끼리 잘 살아온 못난 우리들이 부끄러웠습니다
오늘 수요 예배......고순희
그녀를 만나기 위해 맘이 바쁘게 교회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늘 저녁에는 더 따뜻하게 손을 잡아 줘야지?'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