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쨈에 밥 비벼먹은 굴욕(?)

오늘 점심때 벌어진 일입니다. 밖에서 일을 보다 점심때를 놓쳐 혼자 먹기도 뭐하고 해서 집엘 갔습니다. 와이프에게 밥 먹으로 왔다고 신고(충성?)하고 주섬주섬 밥상을 챙겼습니다. 밥상을 챙기다보니 귀찮기도 하고 그저 이럴땐 비빔밥이 최고라는 생각에 냉장고에서 아침에 남긴 콩나물 무침과 무우 생채, 간장, 그리고 김장김치 등을 챙기고 고추장을 찾았습ㄴ이다. 근데 아무리 찾아도 고추장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눈에 보이는 건 초고장으로 시큼한 신맛이 영 비빔밥과 어울릴 것 같지 않아 간장만 넣고 대충 비벼 먹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밥을 푸고 참기름을 찾아 한 숟갈 채우고 콩나물 등등 재료를 큰 대접에 가득 채웠습니다. 막 비비려는 찰라, 아무래도 고추장이 있어야 하겠기에 다시 큰 냉장고, 작은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마침 냉장고 속에 고추장 비슷한 검으스레한 것을 발견하고 드디어 찾았다며 속으로 마누라를 욕했습니다. 이눔의 여편네가 살림을 어떻게 하길래 냉장고에 고추장이 검으티티ㅣ하게 변할때까지 놔뒀냐며 차마 큰 소리는 못하고 웅얼거렸습니다. 그때까지 이눔의 여편네는 TV 드라마에 빠져 내쪽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겁니다. 나 역시 점심도 못얻어먹고 온 주제에 밥 달라, 고추장 달라 했다간 칠칠맞은 남편이라는 핀잔과 잘하면 한대 맞을 것 같아서 아무 소리도 못하고 눈치만 살폈죠. 우리 친구들 아는사람 알겠지만 우리 마눌님이 저 보다 몸무게가 더 나가고 잘못하면 제 본전도 못찾거든요(히히히) 아뭏튼 고추장을 열고 두 숟갈을 야무지게 퍼서 밥에 넣고 비비려는 찰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검은 고추장에 깨가 잔뜩 뭍어 있는 겁니다. 자세히 살피니 이건 깨가 아니고 딸기 씨, 즉 딸기쨈인 겁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에라이 그냥 비벼 묵자, 괜히 와이프한테 걸리면 점심도 못먹고 쫓겨나느니 이것도 먹는 것 아님감??? 이를 악물고 비벼 먹는데 영 단맛이 짭쪼름한 김치, 콩나물과 어울려 넘어가질 않는 겁니다. 사실 전 단맛을 정말 싫어하거든요. 외국에 가서도 달고 느끼한 쨈은 뺀채 빵만 먹는 스타일이라 그 달콤한 딸기쨈에 비빔밥이라니... 정말 고역이더군요. 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마지막 밥알 하나까지 싹싹 긁어먹고 조용히 빠져 나왔습니다..................................................................................................................................... 지금 창밖에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내 마음처럼 처량하게 비는 허공을 흩날립니다.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 ps/ 친구들, 올해도 또 가고 있네 그려*****. 요즘 세상이 대통령선거다, 기름유출이다, 총기 탈취다 시끄러운데 연말 마무리는 잘하고 있당가요. 그리고 망년회 들은 재밌고 유익하게 잘하고 있는지... 어이,,, 밑에 있는 부안 친구들 선거 끝나고 망년회 한번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