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하고싶은 말

된장찌개를 끓여서 먹다보니 되게 맛이 없었습니다. 괜히 나가라 했는가 싶어 후회가 됐습니다. 저는 제가 생각해도 진짜 성격이 못된 것 같습니다. 왜 이해를 못하고 화가 버럭 나버리는걸까요~! 왠지 아내에게 잘못했다라는 말을 하기가 싫었습니다. 이래선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아파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제구실 못하고 있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격지심이라고 할까요? 아내가 조금이라도 인상을 쓰고 불행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면서 있으면 괜히 미안해지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겁니다. 아내를데려 올적에 사실 우리집은 그때 당시 부산 일대에서 손꼽을 정도로잘 살았습니다 저 역시 물질이라는 것이 영원무궁토록 아주아주 오래갈 줄 알았습니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줄 알만큼 안하무인였습니다. 돈을 물쓰듯 썼습니다 검소한 아내가 그것을 매우 볼썽사나워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것은 제 안에서 들끓고 있는 이 안하무인격인 거만함으로 인한것였을 겁니다. 그 날도 뭐하러 아내를 건들였을까요? 병원에서 투석을 하고 오는 날이면 온몸이 만신창이라도된듯 피곤하고 견딜 수 없이 노곤합니다. 집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왁자한 웃음소리가 났습니다 누굴까 싶어 고개를 기웃거려보니 아내와 친구들였습니다. 제가 들어가는 인기척을 눈치 못챘는지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순간화가 났습니다 남편이 돌아왔는데 여자들이랑 놀어대느라 정신없는가? 몸이 이렇게 피곤한데!!!@@@@ 그래서 버럭소리를 질러버렸더니 친구들이 질겁을 한채로 슬슬 꽁무니를 빼며 나가버렸고 아내는 것이 못내 부끄러웠던 모양였습니다. '당신 진짜ㅡ 그렇게 속좁게 나올거야?" 하는데 "속좁다니?" 속으로 이래선 안되는데...그만 저도모르게 더 큰 소리가 나와버렸습니다 어쩌나~~~ 저는그만~~~!!!! 아내에게 당장 나가버리라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해버렸습니다. 그리고 한참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던 아내가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데 그때 말렸어도 괜찮았을 걸.,. 그간의삶이 주마등처럼 흘러갔습니다. 제가 쓰러지던 날 건물이 넘어가고 집이 넘어가고 빚쟁이들이 우리집 물건을 사정없이 빼가고! 울고 불어도 소용없듯 매정하게 다 가져가버린 우리집이 휑뎅그레했을적의 그 기분들!!! 그러면서도 늙어버린 아내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보처럼 저를 눌러대는 그 자존심이라는 것이 저를 그렇게 무식한 용기를 낼 수있게 했는가 봅니다! 어디로 가는지 묻지도 않는 이 매정한 사람에게 아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나가버렸습니다 혼자 된장국을 끓여먹으려니 눈물이 났습니다. 이제 그만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아내에게 당당하게 월급을 좀 갖다주는 그런 남자였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됐는지 기억도안납니다. 그래도 된장찌개 잘 끓여줬는데 막상 혼자 된장을 풀고 두부를 잘라 넣어 만들었는데도 영 맛이 나질 않았습니다 콧물이 찔찔 나왔습니다. 아내에게 전화를했습니다. 아내가~~~ 한동안 안받다가 전화를 받아주니고마웠습니다. '밥 먹었어?" 무슨 밥에 웬수진것도 아니거만 뜬금없이 아내에게 묻는 말이 고작 밥먹었냐니 해놓고나서도 참 뻔때가리 없다 싶었습니다. 그런데도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게 '당신이야 말로 밥 어떻게 하고 있어요?" 하는것 아닙니까? 이때닷 싶었습니다. '느무느무된장찌개가 먹고 싶다!!!' 하면서 어리광을 부렸습니다 그제서야 도로 들어와준 우리 아내에게 어디갔엇냐고 차마못물어봤습니다 염치가 없었거든요 앞으로는 진짜 다투지 않고 잘살고 싶어요 바라건데 내년에는 제 지병이 다 고쳐졌으면 합니다 사실 신장투석환자들에게 완치라는 말은 없습니다 그냥 현상만 유지가 되어도 고마워할 이야기지만 저는 왜 이렇게 꿈이 클까요 다 낫고 싶습니다 멀쩡하게 나아서 아이들과 함께 오래오래 살고싶어요 아내에게 돈좀 몽땅 갖다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내의 마음을 좀 풀어주고 친구들에게 밥도 사주는 그런 모습한번 보고 싶습니다 그 날도 곗날였는데 밖에서 밥 사먹으려면 돈 들것 같아 아내가 요리를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대접하였던 날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줄도모르고 저만 생각하고 화를 냈으니 이 속좁은 남자의 소견을 누가 좋다고 하겠습니까? 여보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내 비록 아파서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당신 처음 만났을 적의 그 마음처럼 나 당신에게 최고로 잘해주고픈 마음은 변함없어 여보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