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루루와의 첫날밤.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가 친구 집에서 줬다며 하얗고 복스럽게 생긴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왔습니다.
이름은 루루.
낯모르는 사람을 보면 짖어야 하는 게 강아지의 임무 일 텐데 루루는 조용했습니다. 차라리 잘 된 일인지도 모르지요.
시골집과 아파트는 환경이 다르니까.
시골에서 살 땐 해피와 초롱이를 키웠었는데, 어느 날 배가 볼록해진 해피를 보며 변을 보지 못해 그런 줄 알고 변비 증세라 생각하고 물만 준적이 있는데, 며칠 후 강아지 두 마리를 낳아 돌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어 나의 무관심을 탓했었습니다.
새끼는 하얗게 생겨서 흰둥이라 이름 하여 함께 키우다가 시내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은진이 외할머니께 키울 것을 부탁했었습니다.
그리고 아홉 달의 시간이 흐른 뒤 은진이가
자주 다니는 친구 집에서 강아지를 안고 온 것입니다.
아파트에서 애완견은 키워본 적이 없는 우리는 잠자리를 어떻게 해 줘야 하는지를 몰라서 사과박스에 신문지를 깔고 넣었더니 잠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침대 옆에 헌옷을 깔아놓고 여기에서 자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살그머니 가서 두 다리를 쭈욱 뻗고 잠을 청하는 겁니다.
여기까지는 별 무리 없이 키울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문제는 어떻게 대소변 처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할지 몰라 고민이었습니다.
다음날 교회에 가는데, 루루를 그냥 집에 둘 수가 없어서 교회로 데리고 갔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예배당에서 실례를 하고 만 것이지요. 냄새가 진동하여 겨우 변을 치우고는 주일학교 예배를 마치고는 집으로 데려가라고 했는데,
은진이는 애완견은 사람과 같이 사니까 깨끗해야 한다며 목욕을 시킨 모양이다.
목욕 후 먹을 것을 주는데도 먹으려 하지 않고 웅크리고만 있는 게 안타까워 우유라도 주면 멱으려나 해서 우유를 자주 준 모양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고, 한밤중 이라는 게 맞을 겁니다. 1시15분이었으니까.
은진이가 나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아빠! 일어나 봐요. 루루가, 루루가 방에다 똥을 쌌어요.”
냄새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문턱 옆에 설사를 한 흔적이 넓적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쓰레받이에 훔쳐 담아 변기에 붓고 물을 내렸지만 냄새는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베란다에 재울생각으로 뒷배란다 사과 박스에 넣고 열지 못하게 닫아버렸습니다.
그리고 잠을 청하려고 누웠는데 박스에서 나오려고 여기저기를 긁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루루의 몸을 씻긴 뒤 우리와 같은 방에서 동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로 갖다 줄 것을 이야기 하자 토라져서 혼자 잠을 자는 은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고민입니다.
남원시 왕정동 시영아파트 101-102호 김 영수 011-9668-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