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맘때쯤 추석이 가까우면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싶은 누이가 그리워.
살아생전 누이가 좋아했던 윤기가 반질반질하고 실한 햇밤을 삶아 등산 가방에
담아 큰누이 만나러 숨이 헉헉 메이는 그 험난한 산을 오르고 또 올라 우리집이
훤히 내다 보이는 부엉산 정상 바위에 걸텨앉아 거친숨을 몰아쉬며 대답없는
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내려오곤 합니다.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내 가슴에
그때 살아생전 누이모습이 생생히 떠오르고 보고싶은데 우리엄니 마음은 오죽할까
생각하니 한쪽 가슴이 아려옵니다.
가난했기에 입한술 덜고자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사촌누나가 서울에서 봉제공장에
다니는 공장에 취직하여 다니며 먹고싶은거 입고싶은 옷한벌 제대로 못사입고
억척같이 벌어 시골집에 송아지를 사주던 우리 순님이 누이였는데
추석을 앞두고 식구들 선물을 사러 시내에 나갔다가 그만 뺑소니 교통사고로
23살 되던해 우리 순님이 누이는 고생만 죽도록 하다가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우리집이 훤히 내다 보이는 부엉산 자락에 한줌의재로 변해 뿌려졌는데
어릴때 추석이 다가오면 마을회관 앞마당 당산나무에 메달려있는 확성기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저... 이장인디 서울서 공장에 댕기고있는 궁월댁 큰딸헌티 전화가 왔은께 이방송
들으면 후딱와서 전화를 받으시기 바랍니다."하는 이장님의 방송을들으면
전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가 전화를 받곤했는데
"용기냐. 우리 용기 공부는 잘하고 있냐. 이 누이가 진작 책가방하나 사 보내줘야
허는디. 이번 추석에 내려갈때 책가방 이랑 운도화랑 사가지고 내려가려 헌디
260미리 운동화사면 넉넉하지?"하며 누이보다는 엄마같이 자상했던 우리 큰누이
그렇게도 가지고 싶던 책가방, 검은 운동화는 지금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유달히 메밀묵을 좋아했던 우리 누이를 위해 밭에 메밀을 심었는데 어찌나 실하게
잘 되었는지 얼마전에 수확을 했는데 이번 추석에는 내가 심어 수확한 메밀로
묵을 쑤어서 우리 누이가 좋아했던 음식을 장만하여 누나한테 다녀올까 하는데
우리엄니 요즘 신이났습니다. 추석 장보러 간다고 돈좀 달라고 하기에 큰맘먹고
30만원 드렸더니
"어메. 참말로 젯상에 올릴만한 병치 한마리가 만오천원 이만원허고 조기 한마리
홍어 한마리가 얼마간디 이돈으로 추석 장보라고. 아이고 치사해서 이돈필요없으야."하며
텟마루에 휙 던지시더니
"내 통장에서 돈찾아 쓸랑께 걱정말어."하시며 삐지시기에
"아따 참말로 물가가 그렇게 비싼지 내가 알간디랍. 아 돈이 모자르면 더 달라고하면
될것이지. 뭔 성질까지 내가 그런다요."하며 티격태격 하고 있자니
이웃에 사는 봉암네 엄니가 추석장보러 함께 댕겨오자고 하기에 점심때는 쪼께 이르지만
큼직한 노란 양푼에 묵은김치넣고 돼지고기 볶은거 넣고 참기름 두어방울 넣고 쓱쓱 비볐더니
먹을만 하기에 이웃집 봉암네 엄니랑 맛나게 먹고는 두분을 경운기에 태우고
추석장을 보러 가는데 보슬보슬 이슬비는 내리지만 기분이 겁네기 좋아 저도 모르게
흥에겨워
♪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고쁜이 모두나와 반겨 주겠지...♪노래를 부르며
가다보니 어느세 부안읍네 도착하여 추석명절 장을보는데 세상에 무슨 물가가 이렇게
비싸답니까. 40만원 예상했는데 50만원이 훌쩍 넘었는데도 우리엄니 홍어 한마리 더 사고싶은지
만지작만지작 하시기에 등을떠밀어 집에 모시고 오는데 한마리 더 사드릴껄 후회가 되네요.
있다가 후딱 오토바이타고 가서 크고 좋은걸로 한마리 더 사와야 내 마음이 편할것같습니다.
나훈아/고향역 신청합니다.
작가님 8월 말일날 제 사연 방송되어 인진쑥 보내주신다 하셨는데 깜깜무소식 이네요.
작가님 오시기전 예전에도 인진쑥 보내주신다 했는데 소식이없어 포기했는데..
부안에서 김용기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