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화사한 봄 햇살과 어울리지도 않게 차가운 바람이 오늘 아침따라 바쁜가보다.
왜그리도 찬 바람이 사람들의 옷깃을 추켜 세우는지....
여전히 우리 집에 울려 퍼지는 학교 등교를 알리는 전쟁나팔소리가 쩌렁쩌렁한 아침이다.
"기상... 기상.. WAKE UP!!"
올 해 1학년이 된 막내 공주의 나팔소리와 더불어 무서운 아빠의 목소리도 합세를 한다.
"너 이녀석들. 빨리 못일어나냐? 오냐.. 그래, 오늘 아침부터는 씩씩한 두 다리로 걸어간다 이거지? 좋아.. 그럼 아빠도 편하지, 뭐."
5초나 흘렀를까? 빠른 동작과 함께 두 아들들의 아쉬운 변명도 참 딱하기만 했다.
"아니에요, 아빠. 다 했어요. 일어나요. 일어날께요. 에이, 아빠는... 일어나면 되잖아요?"
휴...
무슨 아침시간이 날마다 이렇게도 길고 시끄러운지 정말 모르겠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아침마다 소리 지르고, 꾸중듣고 그래야 한다니? 제발 아들~~, 그만 좀 하자? 응? 엄마 부탁이야."
"아이, 알겠어요. 엄마. 얼른, 늦었어요. 밥 주세요. 빨리 먹고 가야죠. 그래야 아빠 차도 탈 수 있잖아요. 빨리 서두를께요. 엄마~~"
다른 집도 대부분 이런 그림들이 아침마다 그려지겠지?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집을 나서는 두 아들들에 이어, 출근하는 아빠와 그 옆에 찰싹 붙어가는 막내 공주까지.., 그래도 괜찮은 그림처럼 내 마음이 훈훈해진다.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 할머니, 엄마. 안녕히 계십시오."
"왜요? 오늘은 집에 안들어옵니까? 큰아들?"
"아니요. 하하하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엄마는... 학교에 잘 다녀온다구요. 헤헤."
공부는 1등이 아니라도, 말솜씨 하나는 알아주는 일품이라고 해야할까?
큰아들의 넉살도 참 많이 늘었다. 중학생이 되서 그럴까? 갑작스레 부쩍 성숙해 버린 아들의 말장난이 그리 밉지많은 않았다. 그래도 두 명의 동생들을 챙기는 모습이 때로는 제법 든든한 오빠와 형의 자리를 보여주기 때문이겠지만.
벌써 봄이다.
화사한 햇살에 눈이 부시고, 가슴 설레이는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만큼의 여유도 좀 부려보고 싶은데, 아직은 솔직히 그런 여유가 생기질 않는다.
그래도 어차피 봄은 왔고, 우리 집에도 2010년의 봄이 찾아 왔으니, 지난 해에 묵은 걱정거리따윈 지금 불어대는 차가운 바람속에 모두 날려버릴 생각이다.
집안 걱정, 애들걱정,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걱정..., 걱정만 하면 주름살만 늘고, 심장호흡만 빨라지고, 아무리 생각해도 별 도움은 안되는것 같다. 빙고!!
봄, 봄, 봄이라... 봄이 왔다.
두근거리는 스무살 아가씨도 아닌데, 빙그레 살포시 거울 앞에 내 모습을 바라보며 웃어도 본다. 예쁘지도 않은데 예쁜 척 하는 표정이라니...
봄처녀는 아니래도 봄을 타는 세 아이의 엄마면 안되나? 아니, 엄마들은 봄 좀 타면 안된다는 법이라도 있나? 물론, 애기아빠가 알면 좋아하진 않을테지만...
예쁜 구두라도 한 번 사서 신어볼까나? 아님, 화사한 개나리꽃 닮은 블라우스라도 한 벌?
아니야,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애기아빠와 단 둘이 뜨거운 저녁식사를??
에구... 아줌마. 아주머니. 정신 차리시죠.
봄은 왔지만 아주머니 지갑은 아직도 시베리아 추운 벌판에 덜덜 떨고 있거든요??^^*
그래..., 무슨 쇼핑이람?
저녁 반찬거리나 조금 사고, 애들 구멍난 신발도 바꿔주고, 어머니 좋아하시는 생선이나 한 번 사볼까? 막내 공주님이 뭘 사오랬더라? 맞다, 후레이크하고 우유. 깜박 잊을 뻔 했네.
500원, 1000원짜리 아껴서 집안 살림 좀 나아지셨습니까? 아이 셋 딸린 아주머니?
오늘 저녁 반찬은 음... 내 사랑을 듬뿍 담아 돼지고기 김치찌개.  좋~다.
 오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