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별꼴을 다보고 사네요.

이 사연 월요일날 애청자 진안양반 이름으로 부탁드립니다.

진작에 고추를 따야 하는데 사촌 형제들 휴가오는 바람에 고추 따는 시기가 늦어
물러터져버린 고추를 골라내며 텃밭에서 고추를 따고 있자니 이웃에 사는 봉암네
어머니께서 숨을 헐떡이며 오셔서는

"아따 진안 양반 지난달에 서울서 이사온집 있잖여. 그집 딸 꽃잎이가 죽었는가비여. 시방 그집사람들
꽃잎아 내딸 꽃잎아 이 엄마두고 죽다니 어여 눈떠봐 어여."하며 대성통곡하며 우는소리 듣고 왔당께."
하시기에

"엄니 그집 사람들 통 이웃들과 인사도 없고 어울리지를 않아 그집 아는것은 서울서 살다가 이곳으로
이사온것 밖에 아는게 없는디 아마 내가 보기에는 40대 후반으로 보이던디 딸이라면 아마 초등학교 아니면
중학교쯤 다니는 학생일턴디 참말로 안되었구먼. 자식은 죽으면 부모 가슴에 묻는다는디. 이런일이 있으면
우리 이웃들이 나서서 슬픔을 서로 나눠야지요. 싸그 가봅시다."하며 봉암네 엄니를 앞세우고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집안이 울음바다가 되어 담장을 넘어 들려오더군요. 그집 남자 대성통곡하며 우는소리가
들립디다.

"꽃잎아 꽃잎아. 이아빠는 어쩌라고 저 세상으로 떠나느냐. 아이고 이쁜 내새끼."하며 우는 소리가 들리는데
저까지 눈물이 납디다. 사랑하는 딸을 잃은 아빠에게 무슨말로 위로를 해야하나 걱정을 하며
환관문을 열고 거실을 들어가보니 주인 여자가 하얀 포를 덮은 작은 물체를 안고 안방에서 나오기에
전 속으로 늦둥이 갓난아기인가보다 생각을 하는 찰라 그집 남자가

"아이고 이쁜 내새끼 얼굴이나 한번 보자."하며 시신을 덮은 포를 들썩이는데 전 기절 할뻔했답니다.
세상에나 두 부부가 눈물 콧물 흘리며 목터지도록 꽃잎이를 부르며 울던 그 주인공은 그집 딸이 아니라
애완견 강아지 이지 뭡니까. 함께간 봉암네 엄니 놀래 기절초풍하며

"어메 이것이 뭐여. 한냄비나 될까한 강아지 가지고 내딸 꽃잎이라고 시방 울고불고 난리친거여?"어메 미치고
환장허것네. 진안양반 이 죽은 강아지 후딱 삽가지고 가서 산에다 파 묻어줘."하며 저에게 말을하자
그집 여자가

"꽃잎이 아빠 우리 꽃잎이 서울에 있는 화장터에 내일 예약 했으니 어여 서울에 갑시다."하니
그집 남자가

"꽃잎이 엄마 나 도저히 떨려서 운전을 못할것 같으니 우리 택시 대절해서 서울에 올라갑시다. 하며 택시를
대절하는 모습을 보니 참 황당하고 어이가 없습디다. 부안서 서울까지 못줘도 20만원 족히 줘야허고
강아지 한마리 화장시키기 위해 서울까지 택시를 대절해 가는것도 이해가 안되었지만
그리도 뭐라 한마디라도 해야할것 같아

"아마 꽃잎이가 두분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따님이었나본데 뭐라 위로를 해야할지
슬프지만 마음 추스리고 서울 잘 다녀오십시오."하며 위로랍시고 하니 그집 남자가 제 머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어어엉. 머리숱 없는거 보니까 연세 드신것 같은디 앞으로 아버님으로 모시것습니다. 아버님 고맙습니다."
하는데 저요 확뚜껑이 열립디다. 나이 차이 나봤자 대여섯살쯤 나 보이던데 형님 삼촌 아저씨도 아닌
아버님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다요.이럴 시간에 차라리 밭에서 고추나 한개 더 땋으면 각시한티 잘했다고
칭찬이나 받지 후회가 막심 하더군요. 상자에 담은 죽은 강아지를 안고 택시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며
봉암네 엄니가 한마디 합디다.

"어메 참말로 서울까지 가려면 족히 4시간은 걸릴턴디 뭘할라고 돈들이고 서울까지 간다고 그랴.
저그 산에다 파묻어 버릴것이지. 사람도 아닌 강아지 한마리 화장시킨다고 서울까지 택시 대절해서 가는
저사람들 정신이 어떻게 된것 아니여?"살다살다 별꼴을 다보네 기가막혀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전 강아지
죽어서 우는것도 모르고 마당밖에서 어찌나 슬프게 울던지 지난봄에 어린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난
조카가 생각나 소리없이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아무튼 개팔자 왠만한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듭디다.

오늘따라 배성/기적소리만
             이현/이별이 주고간 슬픔 두곡중에 한곡 부탁드립니다.

전주 여성시대가 있어 사는게 마냥행복한 애청자 김용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