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모습이 어디가 어때서

지난 토요일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는 아들놈이 운전면허 취득하자 마자
기분에 들떠 자가용을 몰고 나가더니 운전미숙으로 사고를내 다행히
다친데는 없는데 앞부분이 망가져 정비업체에 맡겨 할수없이 부안읍내에
버스를 타고 볼일을 보러 가는데 초등학교때 공부도 잘하고 겁내게 이쁘던
이웃동네에 사는 친구 인숙이가 버스에 탔는데 쳐다만봐도 답답해 보이는
덩치에 그날이 마침 구일 읍내 장날이라 강아지를 팔러가는지 강아지 3마리를
고무 대야에 담아 버스에 올라타 내가 앉아있는 옆에 서가는데 그리 날씨도
덥지 않은데도 덩치가 있어서 그런가 땀을 뻘뻘 흘리기에 보기가 딱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저~ 여기 의자에 편히 앉아 가십시오."하며 나도모르고 존댓말을 하고
의자에서 일어났는데 오랜세월이 흘러 너무나 변해버린 내 모습을 몰라보고는
 
"그렇지 않아도 이놈의 강아지 읍내 장에 팔러가는길인디 고무대야에서
어찌나 나오려고 낑낑거리는가 힘들었는디 아이고 아버님 겁내게 고맙구머니랍."
하며 좋아하기에 지가 그랬지랍.
 
"아버님은 무슨, 너 저그 문수동에 사는 정인숙이잖여. 초등학교 6학년때 같은반 친구
용기인디. 아무리 머리조께 벗겨졌다고 친구도 몰라본다냐."했더니
위아래를 자꾸 보더니
 
"어메 참말로 너 어쩌다 이모양 이꼴로 변했다냐. 난 칠십넘은 노인네인줄 알았다야. 호호호하하하.
완전 대박이다."하며 웃어대자 옆에 앉아가시던 할머니가 친구에게
 
"그럼 지비 나이가 몇살이간디?"하며 묻자
 
"이제 51살이구머니랍."하자
 
"어메. 지비는 지 나이 먹어보이는디 저 남자는 내 영감이라고 혀도 넘들이 고지 듣것구먼."
아 이러는데 기가막히고 코가 막합디다. 어쩌다 모자를 안쓰고와서 이런 수모를 당하는가 싶어
친구에게
 
"야 인숙아. 니몸땡이 본께 너도 넘말 혀서 안될것 같은디 너나나나 거그서 거기인것 같은디,
남의 말을 함부러하고 그런다냐."했더니 그때서야 조용합디다.
 
저요. 읍내에 도착하자 마자 모자를 사서 쿡 눌러쓰고는 볼일을 보고 집에와 정원 나무 손질을
하고 있자니 얼마전에 아내와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이웃에 사는 봉암댁이 와서는
두달전에 서울에서 살다 이곳으로 이사온 이웃이 있는데 딸이 죽어 울고불고 난리라며
함께 가서 위로하자고 하기에 가서 보니
 
"아이고 꽃님아 이 아빠는 어찌라고 하늘나라로 떠났다냐. 어여 눈떠봐라 내자식야."하며
어찌나 슬프게 울던지 같이간 봉암댁과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서 보니 세상에나
꽃님이가 그집 딸이 아니라 주먹만한 애완견 강아지지 뭡니까. 봉암댁은 삽가지고
산에다 파 묻으면 될것이지, 주먹만한 강아지를 서울까지 가서 화장시킨다며 야단을 치기에
꽃님이 잘 보내고 오라고 위로를 한적이 있는데 그때 그사람이 절 찾아왔지 뭡니까.
세상에나 우리는 꽃님이가 그집 딸인줄 알았는데 강아지 한마리 가지고
그렇게 슬피울고 서울까지 데리고 가서 화장시키고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때 고마웠다며 과일이며 소갈비까지 사들고 와서는
 
"저 아버님. 어머님 돌아가셨담서요. 어머님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시고 얼마나 적적하시고
끼니는 어떻게 해서 드시는지요."하며 위로를 하기에
 
"잘 모신다고 했는데 떠나 보내고 본께, 잘해드린것보다 못해드린게 마음에 걸리는구만요."하며
그사람을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가니 거실에서 식탁포 뜨개질을 하고 있던 아내를 보며
그 남자가 그러는겁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이사온 사람인디 아버님이 어찌나 자상하신지 앞으로 아버님으로 모시고
살려고 인사드리러 왔는디, 어머님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아버님 많이 힘들턴디
며느님이 계셔 그나마 안심이되네요." 아 이러면서 제 염장을 지르지 뭡니까.
그렇지 않아도 아침부터 속이 말이 아닌디 어찌나 열불이 나던지 손에 들고있던 과일과
소갈비 괴기를 거실에 내동댕이 치며
 
"아따 참말로 이봐요. 말끝마다 아버님 아버님 그러는디 도대체 지비 나이가 몇살인디 그런다요."
하니 이제 쉰살인디요. 하기에
 
"쉰살이면 나보단 두살적구먼 말끝마다 아버님 아버님 아 이러면 지비같으면 기분 좋것서랍"
하니까 아내를 보며
 
"그럼 저 분은 누구다요."하고 묻길래
 
"저 사람은 내 각시고 지난 4월달에 하늘나라로 떠난 사람은 우리 엄니구머니랍."하니까
믿기지가 않는가 재차 내 나이를 묻길래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니까 그때서야 믿는 눈치였고
큰실수를 했다며 미안해 어찌할바를 몰라 안절부절 하더니 다음에 놀러오겠다며
꽁지빠지게 도망가자 아내가 매급시 저에게 화를 냅디다.
 
"아이고 참말로 나 당신땜시 창피해서 못살겠구먼. 어디 나갈때 모자를 쓰던지 가발을 쓰고 나가라고
그렇게 말을해도 왜 말을 안들어."하며 소리를 지르기에 나는 괜찮은디 다들 왜
내 외모가지고 그런는가 싶어 거울을 보니 양 옆쪽에 애처롭게 매달려 있는
몇가닥 남아았는 머리카락을 보니 쓸쓸한 가을만큼이나 제 마음이 쓸쓸하네요.

진성/안동역에서 신청합니다.
부안에서 애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