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다섯개의 엽서

부치지 못한 다섯개의 엽서 
  

내 마음 속 서랍에는 
쓰다가 만 편지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그대에게 내 마음을 전하려고 써 내려가다가 
다시 읽어 보고는 더 이상 쓰지 못한 편지...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는 건, 
내 마음 한조각을 
떼어 내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아는지요? 밤이면 밤마다 떼어 내느라 
온통 상처 투성이가 되고 마는 내 마음을... 
 
아침부터 소슬 비가 내렸습니다. 
내리는 비는 반갑지만 
내 마음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쓸쓸함이 고여 듭니다. 
  
정말 이럴 때 가까이 있었더라면 
따뜻한 커피라도 함께할 수 있을 텐데...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텐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듯 쓸쓸한 일인가 봅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나란히 걷고 있는 
그대를 우연히 보았던 날...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미소 지었습니다.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아무런 원망도 할 수 없었던 나는 
몇 걸음 더 떨어져 그대를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팔짱을 낀 채 근처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내겐 말할 수 없는 아픔이었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까르르 웃는 
그대의 모습을 카페 창 너머로 훔쳐 보는 것이 
내겐 또 더없이 큰 슬픔이었습니다. 
아아.. 그대는 꿈에도 몰랐겠지요. 
그날 밤은 내게 있어 
가장 춥고 외로운 밤이었다는 것을... 

그렇습니다. 
그대를 그리워하는 것은 나 혼자만의 일입니다. 
  
그대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것도 
나 혼자만의 일이구요. 
그러니 그대가 마음 쓸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나 혼자 그리워하다 
나 혼자 괴로워하면 그만.. 
그대는 그저 아무 일 없다는 듯 
무덤덤해도 괜찮습니다. 
애초에 짐이 될 생각이 있었다면 
나는 내 사랑을 
그대에게 슬며시 들킬수도 있었을테지요. 

그러나 그대여! 
나로 인해 그대가 짐스러워 한다면 
그 자체가 내게는 더한 괴로움이기에 
나 혼자만 그대를 사랑하고 
나 혼자만 괴로워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니 그대여! 
그대는 그저 모른 척하십시요. 
그저 전처럼 무덤덤 하십시오. 
  

나는 이제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하기로 했습니다. 
한꺼번에 사랑하다 
그 사랑이 다해 버리기보다 
한꺼번에 그리워하다 
그 그리움이 다해 버리기보다 
조금만 사랑하고 조금씩만 그리워해 
오래도록 그대를 내 안에 두고 싶습니다. 

아껴 가며 읽는 책 
아껴 가며 듣는 음악처럼 
조금씩만 그대를 끄집어내기로 하였습니다. 
  
내 유일한 희망이자 기쁨인 그대!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이 없어지고 지워지지만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 속에 
오래오래 남아 있길 간절히 원하기에... 
 
신청곡: 나는 당신께 사랑을 원하지않았어요-홍서범-
  
  
== 좋은 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