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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조직·자금 미끼로 인사권·인허가권 요구
2022-04-06 4015
고차원기자
  love@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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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가상번호의 주소 바꿔치기 수법을 동원해 선거 개입을 시도하려는 정황에 대해 어제 보도해 드렸는데요,


선거운동 조직은 물론 금권까지 동원해 단체장 후보들에게 검은 거래를 주선하는, 보다 전문적인 선거 브로커들의 정황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브로커들은 단체장 후보들을 돕는 대가로 인사권와 인허가권에 개입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주시장 선거에 나선 이중선 예비후보가 MBC에 털어놓은 얘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고차원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는 선거 출마를 고심하던 지난해 5월 놀라운 제안을 들었습니다.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

"한달에 50만원씩 받는 사람,그러니까 조직원이죠. 조직원 200명을 만들어야 선거를 이길 수 있다.그리고 그 돈을 후보가 만들어와야 된다. 만약에 후보가 못만들어오면 기업으로부터 그 돈을 받아야 되는데 기업으로부터 그 돈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달라."  


A씨는 그 댓가로 막대한 이권을 요구했습니다.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

"댓가로 (국과장) 인사권 일부하고 그 다음에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았으니까 그들의 이권을 보장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들의 이권을 보장해주는 약속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지만 이같은 요구는 약 4개월에 걸쳐 3,4일에 한번씩 지속됐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조직과 자금 없이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며 끊임없이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는 겁니다.


선거를 돕겠다고 나선 기업체 대표 B씨도 A씨의 이같은 제안을 거들었다고 말합니다.


[이중선 예비후보와 B씨 통화]

- 이중선 : (A씨에게) 과장자리 (인사권) 5개 주고 이런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고(하셨잖아요?) 

- B씨 : 응

- 이중선 : 몇시간 동안 대표님 가시고 생각해봤는데 그건 안맞는 것 같습니다. 

- B씨 : 그래?

- 이중선 : A씨를 (붙)잡기 위해서 과장자리를 5개 약속하고 사업권 약속하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 B씨 : 그래, 심각하게 고민해봐 그럼. 


구체적인 제안은 사적으로 운영되던 전주시내 한 사무실에서 은밀하게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위기감과 갈등이 고조되면서 이중선 예비후보와 이들은 결국 지난해 추석 이후 결별했습니다.


이중선 예비후보는 MBC에 밝힌 내용을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공개하는 한편, 수사기관이 나서면 적극 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앵커 ▶

단체장 당선을 댓가로 거래를 요구하는 이런 행태는 전주에서만, 그리고 A씨만의 몫은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도내 한 일간지 기자가 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며, 각종 이권에 관여해오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도 공개됐습니다.



◀ 리포트 ▶

이중선 예비후보에게 은밀한 제안을 한 이들의 선거 개입 대상은 전주시장에만 그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작년 10월 하순 도내 언론사 정치담당 C기자가 지인과 나눈 대화.


폐기물 사업을 원했던 사장 D씨가 유력 장수 군수 후보에게 거액을 줬다는 얘기가 등장합니다.


[C기자 대화]

"이쪽 사장(D씨)은 ***에게 계속 돈을 댔어, 그냥. 꾸준히. 안되더라도 그냥 몇천만원씩 주고 몇천만원씩 주고 이렇게 해가지고 보니까 얼추 그게 한 3억이 됐어, 3년 동안 준 돈이."


그리고 그 사이 이중선 예비후보에게 처음 접근했던 A씨가 또다른 장수군수 후보에게 접근해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말도 담겨 있습니다.


C기자는 이같은 작업을 통해 선거 이후 폐기물 처리장 허가만 나면 업체로부터 A씨와 자신이 보상을 약속받았다는 말도 합니다. 


또한 C기자는 A씨가 이번 전주시장 선거에 쓰려고 돈을 끌어온 기업 이름과 액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합니다.


[C기자 대화]

"이 형님이 (돈을) 받아놨는데 (안받는다고 하니까) 붕 떠버린 거야. 다시 돌려주면 병신되는 거 아니냐 이거야. **건설에서 지금 3억 배팅했지, **건설에서 2억 배팅했지, **에서 2억. 7억을 갖고 왔어. 이 형이." 


취재팀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지만 A와 B, C씨는 이같은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A씨와 통화 내용]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건설업체에서) 돈을 갖고 오고 그러겠습니까? (장수 폐기물 사업과 관련해서도) 제가 만약 그랬다고 하면 기자님 앞에서 자결을 할 겁니다"


[B씨와 통화 내용]

- B씨 : "아니요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

- 기자 : 선거 자금을 끌어다줄테니까 당선이후에 인사권과 사업권 일부를 달라라는 그런 얘기를 전혀 들은 적도 없으시다는 말씀이세요? 

- B씨 : 네


[C기자와 통화 내용]

"술먹고 무슨 얘길 못해요. 솔직히 저는 기억도 안나고. 완전 만취였어요" 


A씨는 도내 모 신문사 고위직을 지냈고, 민주당 전북도당 당직도 갖고 있습니다. 


B씨는 도내 유력시민단체 공동 대표를 맡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의 행적을 가늠할 수있는 녹음파일까지 등장하면서, 조직과 자금을 동원한 선거 개입이 과연 어떤 단계까지 시도됐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고차원입니다.


- 촬영 : 정진우

- 영상 그래픽 :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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