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7(화)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

송미경 작가의 동화들은, 대상을 딱 어린이들을 위한 책 이렇게 구분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위한 글인데, 어른들이 더 가슴이 먹먹하거나 때로는 뜨악해지거든요. 송미경 작가는 여러 권의 동화책을 냈는데요. 

먼저 등단작인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부터 볼까요?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라면 심한 장난꾸러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저마다 사연있는 아이들이 나와서 작은 충격을 준 책입니다. 

첫 책이라 그런지, 동화답다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세 번째 동화책인 ‘복수의 여신’부터 사회성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여기 실린 동화들은 대체적으로 상상력과 반전으로 상큼발랄하지만 ‘일분에 한 번씩 엄마를 기다린다’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어요. 

부모의 방치로 점점 기괴하게 변해가는 아이의 이야기인데요. 아이들에게 부모의 보살핌이 얼마나 절실한지, 방치 또한 폭력이라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떤 아이가’라는 동화책으로 옮겨가보면 기이한 환상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납니다. 

특이하고 묘한 분위기인데요. 

서로에게 무심한 가족의 모습을 다룬 ‘어떤 아이가’나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믿음을 담은 ‘없는 나’, 

가정에서 아버지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같은 단편들은 하나하나가 환상문학이면서 걸작이다 싶어요. 

정말 가슴이 뜨끔하면서 뭔가 흐르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아이들 주변에 마냥 밝고 명랑한 이야기들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최근에도 어린이 학대와 관련한 끔찍한 사건들이 있었고, 이런 현실에 대해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동화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담아내야 할까, 

생각할 때 송미경 작가가 떠오르더라구요. 

 

지금까지 소개한 동화들이 좀 무겁고 어렵다 싶으면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이 책은 저학년을 위한 발랄한 단편집입니다. 일하느라 노는 법을 잃어버린 부모님을 위해 동네 사람들을 초대해 파티를 연 맹랑한 아이의 이야기부터 가족의 따스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들이 담겼어요. 그런가 하면 ‘돌 씹어 먹는 아이’ 이 책은 초등학교 논설 수업에 자주 등장하는 책입니다. 

동화답지 않은 상징성, 문체, 내용 전개 등이 아이들과 토론을 하며 책 읽기에 좋다고 하네요. 

이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습니다. 

오늘 소개한 동화들은, 어른들이 먼저 읽고 자녀에게 권한 후에 같이 대화를 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가 고루 담긴 이야기들이어서 서로를 좀더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