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9(화) 책방에 가다

오늘 소개해주실 책은요?

오늘은 만화책 한 권을 들고 왔습니다. 

요즘은 만화를 책보단 웹툰으로 더 많이 접하실 텐데요. 

그래도 역시 만화책은 손으로 넘기는 맛이 있죠. 

그런데 제가 오늘 소개할 만화는 단순한 만화는 아니고,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그래픽 노블’ 입니다.

 

그래픽 노블이요? 그래픽이 그림이고, 노블이 소설이잖아요. 그림 소설이란 뜻인가요?

맞아요. 그림과 소설의 합성어가 그래픽 노블이고요,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는 작품을 말하는데요. 일반 만화보다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복잡한 이야기 구조로 작가만의 개성적인 화풍을 드러내는 게 특징인데요. 

월간지 등에 짧게 연재되는 만화와 달리 주로 페이지 수가 많고 스토리에 완결성을 가진 단행본 형식으로 발간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이언맨이나 엑스맨도 원래는 원작이 그래픽 노블이죠.

 

그러고 보면 그래픽 노블은 책으로 잘 보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은 가장 저력이 있고 친근한 장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오늘 소개해주실 책을 제가 지금 들고 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딱 한 권짜리 단행본으로 나와있고요. 표지가 딱딱한 양장본이구요. 

책 크기가 그림책이나 동화책에 가깝게 좀 큰 편이네요. 

표지를 보니까 한 선생님이 한 어린이의 발레 동작을 알려주는 모습인데요. 제목은 ‘폴리나’네요.

네. ‘폴리나’는 주인공 이름인데요. 엄마 손에 이끌려 처음 무용을 배워서 우여곡절을 거쳐 진정한 무용수로 성장하는 한 예술가의 이야기입니다. 

줄거리를 살짝 말씀드리면요, 

아직 '꿈'이란 게 무엇인지 모르는 앳된 꼬마 ‘폴리나’가 발레 아카데미 입단 테스트에서 하나  선생님 ‘보진스키’에게 눈에 띄어 또래보다 한 단계 위인 상급반에 진학해 혹독한 

연습을 시작하는데요. 이후 150년 전통의 유명 발레단에 스카웃이 된 폴리나는 이전 선생님에게 배운 교습법과는 전혀 다른 아카데믹한 교육을 받게 됩니다. 

이전의 학습 기억을 모두 지우려는 유명 발레단의 의도 또한, 폴리나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후 미래에 대한 갈등과 고민, 사랑의 실패 등 연속적인 실패를 겪은 폴리나는 홀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오랫동안 자신을 지탱해준 첫 선생님 보진스키의 말을 되찾으려 애쓰는 그런 과정이 펼쳐집니다. 

 

한 여성 발레리나의 의미있는 성장기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작가님 보시기에 이 책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마치 미술관에서 어떤 자유로운 작품을 보는 듯한 터치, 유려한 뎃생, 이런 그림체가 일단 굉장히 매력적이고요. 

이 인물 간의 세심한 감정을 표현해내는 컷 연출도 눈여겨보게 됩니다. 과감한 생략, 솔직한 대사 처리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죠.

 

여기에 기억에 남는 대사도 소개해주신다면요? 

제가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할 때도 많이 들었던 말이 이 속에 있어 반가웠습니다. 다소 과격한 말이 될 수도 있는데, 예술가, 창작자들에겐 꼭 필요한 태도죠.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모델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마치 아버지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언젠가는 아버지를 죽여야 합니다. 

우리는 타인을 대체할 수도, 타인의 그림자 속에서 나아갈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폴리나...이 책은 그래픽노블 매니아들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굉장히 알려진 작품이라면서요?

 “2012년 만화비평가 협회(ACBD) 대상, 2011년 만화 전문 서점상, '르푸앙' 선정 2011년 올해의 책 20선, '르푸앙' 만화상 최종 후보작입니다. 

이 작가의 이름은 바스티앙 비베스인데요. 1984년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현재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만화가 중 한 명입니다. 

그가 2009년 <염소의 맛>으로 앙굴렘 세계 만화 페스티벌 '올해의 발견 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