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끼 고양이와의 만남

늦은가을의 찬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마지막 남은 잎새마저 떨어져 버린 어두운 골목길. 어느집 공사장의 한쪽 모퉁이, 그곳에서 엄마 잃은 작은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태어난 지 한 달쯤이나 되었을까, 얼마나 엄마를 찾아 헤맸는지 흰털이 검은 회색으로 그을리고 지나가는 우리를 쳐다보며 야옹거리는 검은 눈빛이 엄마를 찾는 듯 안쓰럽고 불쌍한 모습이었답니다. 며칠전 아이들과 함께 슈퍼마켙에 갔다 오는 길에 그렇게 아기고양이와 만났습니다. 아이들이 아기고양이가 불쌍하다며 빵과 우유를 사다 고양이에게 주었고 작은고양이는 피하는 듯 몸을 움츠리더니 배가 고팠는지 살며시 나와 빵을 먹더군요 귀여운 그 모습에 아이들은 불쌍하다며 데려가 키우자고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행여나 어미가 새끼를 찾으러 올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데려다 키울수는 없는 상황, 하지만 혼자 두고 가기엔 저나 아이들이나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죠. 따뜻한 잠자리나 마련해줄 요량으로 상자에 담에 데리고 왔습니다. 아파트 화단 한쪽에 바람을 피할만한 곳이 있어 그곳에 헌옷가지를 넣어 푹신하게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먹이도 넣어 주었죠. 가끔 지나갈 때 마다 한번씩 들여다 보고 먹이를 넣어 주곤 했습니다. 어제 저녁 먹이를 주러 갔을 땐 그 녀석을 만날 수 있었죠. 우리를 보더니 반가웠는지 야옹거리며 따라오더군요. "야옹아 울지마, 네가 울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시끄럽다고 너를 다른곳으로 보내버릴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이 추운날을 어떻게 보낼거니? 우리가 네가 어른이 될 때까지 돌봐줄께....많이 먹어..." 초등학생 큰아이가 아기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며 달래더군요.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우리아이들의 모습이 참 대견스러웠죠.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작은마음 참으로 자랑스러웠답니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주위의 관심을 받으며 산다는 건 행복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 이제 곧 영하의 기온이 계속되겠죠? 불우한 우리 이웃에 눈길 한번쯤 돌려본다면 아마도 이 겨울은 아기 고양이의 집처럼 포근하고 따뜻해지리라 믿어봅니다. 전주 평화동 주공그린 102/1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