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6일(화) 책방에 가다


** 가족어 사전 (돌베개,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作)

소설의 배경은 무솔리니의 등장으로 파시즘이 득세하고 유대인과 같은 소수 인종에 대한

박해가 심각했던 1930-50년대 이탈리아의 토리노. 유대계 출신이었던 레비 가족이

그런 시대적 공간적 배경 속에서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얼핏 생각하면 유대인으로

처참한 상황을 겪었을 것 같지만, 마냥 참혹한 비극이 아니라, 역사적인 사건들을 겪어내는

개인적인 체험들이 일상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이탈리아 소설의 거장으로 불리우는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자전적인 소설로, 나탈리아의 가족, 친척, 친구들이 모두 실명으로 등장하고

이들이 겪었던 일들이 이탈리아의 실제 현대사와 겹치게 된다.

소설의 제목인 가족어 사전은 말하자면 가족끼리만 통하는 비밀 암호말을 가리키는데,

가족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의미를 지닌 말, 한 가정에서만 통용되던 비밀의 말들은

가족만이 공유하는 감정적 기반을 만들고 기억을 만들어서 지금은 5남매가

각기 다른 도시에 살고 잘 만나지도 않지만 때때로 그 가족어 때문에 순식간에

공통의 기억과 감정에 빠져들고 동질성을 갖게 된다. 그렇게 힘들었던 시기를 함께 겪어낸

가족을 가졌기 때문인지 나탈리아 긴츠부르그의 작품들에는 가족이라는 주제가 꽤

심도 깊게 자주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