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4일(화) 책방에 가다


** 여자전 (푸른역사, 김서령 作)

전쟁과 해방 등 한국 현대사 한가운데에 던져져 치열하게 생존해냈던 일곱 여자의

그야말로 구구절절한 인생 여정을 담고 있다. 기숙학교에서도 혼자 양단 이불을 덮고 자던

부잣집 딸이었지만 사라진 가족을 찾아 지리산 빨치산이 된 고계연 할머니,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만주에 갔다가 중국 팔로군을 거쳐 중공군 자격으로 한국전에 투입된 윤금선 할머니,

돈 많이 벌게 해준다는 말에 기차에 올라탔다가 만주에서 일본군의 성노예로 지내며

자궁까지 적출당한 김수해 할머니, 월북한 남편을 기다리며 수절하다 54년 만에 금강산에서 만난

안동 종부 김후웅 할머니, 한 달 같이 살고 죽은 남편의 무덤 옆에서 50년을 지켜온 최옥분 할머니,

피난지 부산에서 우연히 창문너머 춤을 배우고 결국은 꿈의 무대 뉴욕에서 선무를 췄던 이선옥 할머니,

80년대 민주화 투쟁 시절 대학로 문화판에서 통렬하게 싸워온 박의순 할머니.

주인공들의 면면만 봐도 얼마나 풍파가 거친 삶을 살았을지 짐작이 된다.

이 땅을 전 생애로 살아낸 대한민국 여자들에 대한 같은 여성으로서의 애정이 담겨서 그런지

주인공들이 더욱 생명력있게 느껴진다. 읽다 보면 정말 8명 할머니들 모두가 대하드라마의

주인공이 돼도 좋을 법한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부제가 한 여자가 한 세상이다’.

영혼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들어주고 끊임없이 들어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몰랐기 때문에 마음의 빚을 진 이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