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쟁이를 보셨나요?

제가 운전하는 화물 차량이 여섯명이 탈수 있는 더블캡이라 (집에서 무료하게 지내는 것보다는 소일거리로 하루중 한나절씩만 상추를 뜯는 시내의 할머니들)을 퇴근시켜드리는 일을 도와주고 있답니다. 오전일만 하니까 점심시간에 집에 가시는 거지요. 눈 내린 다음날 햇살이 맑게개어 차가운 날씨였지만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시내 어느지점(공설시장)을 통과할 즈음. 할머니 한분의 말씀. "아이고메 예 삐다" "아니 뭐가요?" "저기. 저 배쟁이 말이여." 길가엔 아직 덜 녹은 눈길을 뒤뚱거리며 조심스레 걷고 있는 배가 불록한 새댁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예전에 내가 젊었을때는 말이여. 조그만한 동네에 배쟁이가 열네명이나 있었어. 그래가꼬 애기 울음소리가 끊일날이 없었제. 빨래줄에는 하얀 기저귀가 살랑거렸고." 지난 11월 말 남원 자활 후견기관 사무실에서는 10월과 11월에 생일 들어있는 참여자 생일파티가 있었는데, 80명중 열 여덟명이 나와서 축하를 받았답니다. 일년은 열두달인데 가을철에 생일이 많은 이유가 뭘까? 임신기간을 생각해 보게 되었고, 사람은 열달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습니다. 대부분 부모님들은 시골에서 사셨고,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일하시고 겨울철엔 잠시 휴식을 취하셨던 수년전의 농촌을 생각하고, 그래 그럴수 밖에 없겠구나. 날이 추우니까 부부간에 잠자리에서 만이라도 보듬고 자게 되고 세월이 흐르면서 엄마들의 배는 불러오고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뱃속의 아이는 세상으로 나오게 되는 구나. 우라집도 팔남매인데 생일이 10월달인 사람이 세명이나 되니까. 자식들을 많이 낳아 기르시던 우리네 부모세대와는 달리 현재의 젊은이들은 교육비를 비롯한 이핑계, 저핑계를 대 가며 그만 낳으려 하고 있으니 어떡합니까? 저도 사실 딸만 둘 있는데, 주변에서 아들하나 더 낳아야지? 하는 말이 많습니다. 제 나이로 봐서는 하나 더 낳아도 되는 아직은 삼십대 젊은 사람이지만, 집사람이 공장문을 닫은것을 다시 열수도 없고 해서. 하나님이 주신 선물 두 딸을 착하고 예쁘게 기르겠습니다. 남원시 수지면 유암리199-2 포암마을 김영수. 011-9668-2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