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달라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일두, 윤승희의 여성시대’를 좋아하는 전주 평화동에 사는 이은주라고 합니다. 듣다보면, 내 이야기 같은 사연들도 어찌 그리 많은지 싶고, 어머나... 저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이런 감동적인 사연도 있구나 싶어 혼자 깔깔 웃기도 하고 콧물을 훌쩍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 여성시대에서 ‘내가 전주시장이라면’이라는 제목으로 애청자들의 전화를 받아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평소 정치문제나 사회운동 등에 관심이 많아서 이런 이야기들은 좀 더 주의 깊게 듣게 됩니다. 그냥 듣기에도 어찌나 다양한 의견이던지 이 제안들을 모아, 모아서 모조리 이룰 수 있다고 공언하는 사람만 있으면 전주시가 말 그대로 ’세계가 주목하는 전주‘가 될 것 같더라구요. 그 방송을 들으며 ‘바야흐로 선거가 다가오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래 이런 것에 관심이 적지 않기도 하거니와 오지랖도 넓게 정보를 수집하고 다니는 성격 덕분에 대략 어느 어느 인물이 이번 선거에서 이런 자리, 저런 자리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더라 하는 기초정보야 주워들은 바 있었죠. 이미 연말 송년회, 신년 인사회, 무슨 무슨 모임이며 회의 등등, 사람이 좀 많이 모이겠다 싶은 여러 가지 행사에 신경 많이 쓴, 깔끔한 모습으로 바람처럼 나타나 우렁차게 인사하고 번개처럼 사라지는 입후보 예정자들의 홍길동과 같은 모습도 자주 보았습니다. 자기를 알려야 할 대상은 많고, 맘은 급하고 하여 그렇게 인사하고 얼굴 보이는 사정을 이해 못하지 않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이기는 하지요, 제가요. 그렇게 양해가 되는 듯 하긴 하지만 그래도 눈에 좋아 보이지는 않지요. 아마 선거가 다가올 즈음에 이런 경험 해보신 분들, 많으실 걸요? 정치인들이 참 많이도 쓰는 단어 중 하나가 ‘서민’입니다. 또 ‘발로 뛰는’ ‘현장에서’ ‘국민을 위해’ 등 이런 말들일 것입니다. 사람은 본래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고 하니, 또 공갈 아닐까 하다가도 그래도 한 번 더 믿어보게 되지요. 말로는 ‘다 똑같지 뭐’ 하고 하지만, 내심, 혹여 내가 뽑은 저 사람이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뭔가 좀 하지 않을까 내내 기대를 해봅니다. 그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인 있다면 그건 정말 ‘대박’ 입니다. 그러나 살면서 ‘대박’ 맞을 확률이 얼마나 적은지는 다 아시죠? 하여간, ‘이 두 발로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 뛰겠다’고 두 주먹 불끈 쥐어 올리면서, 목소리를 높이던 그 사람들은, 앉고 싶은 자리에 딱 앉게 되면 밖으로는 잘 돌아다니지를 않습니다. 너무도 바라던 의자와 책상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해봅니다만, 하여튼 이런 생각으로 이번 선거 준비마당에 안테나를 세우고 있던 중, 재밌는 소식 하나를 들었답니다. 최형재 씨라구요. 5월에 있는 전주시장 선거를 준비하는 분인데, 민생체험을 했다는 거예요. 첫 날 민생체험이 환경미화원이라 했습니다. 저 대학 다니던 그 옛날에 학생회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이 새벽마다 나가서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을 도와드렸던 생각이 퍼뜩 나더라구요. 1교시 첫 강의가 있기라도 할라치면 그 근육의 고단함이 그냥 봐도 전해질 정도였었는데, 청년의 싱싱한 몸도 그러했던 터, 최형재 씨는 40대라고 하니 중년의 신사가 몸 고생 꽤나 했겠구나 싶었죠. 그런데 이 분이 1일 환경미화원 체험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택시, 버스, 택배, 농수산시장, 식당, 그리고 재래시장까지 새벽부터 저녁까지 6일 동안의 일정이라 하니 새벽잠 포기하고 신선한 조간신문과 바톤터치하며 집 대문을 나서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았겠구나 했습니다. 사실, 최형재 씨가 보통의 정치인들처럼, 우리 서민들이 보기에 편하고 높은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거나, 무슨 ‘회장이나 사장장’의 자리에서 사람을 부리던 위치에 있었다면 선거를 앞두고 한판 이벤트를 벌이나보다 하고 말았을 테지만, 오랫동안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해왔고, 그래서 ‘서민’과의 거리가 가장 가깝잖아요. 그래서 비아냥보다는 호기심이 생겼죠. 처음에는 하루 체험을 가지고 뭘 얼마나 알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쓴 민생체험 후기들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읽으면서 오히려 제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 하였는데 보는 것은 고사하고 듣지도 못한 일을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한 번이고 두 번이고 그 횟수가 아니라, 들었느냐 그리고 보았느냐 그리하여 깨달음이 있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저 고단하겠거니, 경제도 어렵다는데 - 이놈의 경제가 쉬웠던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지만요 - 힘들고 지치겠거니 하고 짐작이야 누구든 하는 것이지만, 가려운 데를 알아야 긁어를 주든 침을 발라주든 할 것이 아니겠어요? ‘알아야 면장도 한다’는데 하물며 시민을 모르고서야 어찌 시장을 하겠습니까. 아마 다른 후보 예정자 분들도 맘 먹으면 얼마든지 이 평범한 사람들이 어찌 살고 있는지 피와 뼈로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보면, 바야흐로 지방분권 시대가 도래하여, 중앙에 오글거리던 힘과 권력이 지방으로 ‘헤쳐 모여’ 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천우신조로 시청, 도청, 군청까지는 수평적 권력분산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문제는 여기서 이놈의 권력들이 누워서 삼킨 찰떡처럼 딱 뭉쳐버렸다는 겁니다. 이게 처방전에 의해 조제된 약이나 한방 침으로 해결될 문제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짱’이 되고자 하시는 분들이 신발굽 갈아 가면서 뛰지 않는 한은 폼 나는 책상과 회전의자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맘 먹으면 하실 수 있는 일 아니겠어요? 박일두, 윤승희 씨. 이천포, 삼천포로 빠졌다 나왔다 하는 편지,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두 분, 새 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여성시대 애청자 여러분~ 올해 모두 모두 대박 맞을 수 있도록 좋은 도지사, 시장, 도의원, 시의원 뽑아보시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