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고요히 잠든 새벽4시.
타닥, 타닥, 타닥 하는 소리에 잠이 깨어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아 글쎄 텔레비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이 어슴프레 보이는 거예요.
남편은 곤히 잠이 들었는지 코만 골면서 잘도 자더군요.
여보! 큰일났어요. 불났나봐요. 소리를 지르며 방에 불을 켜서 보니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던 텔레비젼 위에 올려져 있던 위성방송 수신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답니다.
전기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가장 먼저 플러그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플러그를 뽑고 텔레비젼과 연결된 여러 가닥의 선을 뽑아 밖으로 내놓고 방안 자욱한 연기를 날려 보낸후에야 간신히 누웠으나 아침까지 잠이 오질 않는 겁니다.
제가 사는곳이 지리산자락 천마산 아래라 그런지 텔레비젼도 잘 안 나오고 휴대폰 전화도 잘 안 되는 지역이거든요.
6년전에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이방송 저방송 다 볼수 있다는 위성방송 안테나를 거금을 들여 설치해 놓고 보았었는데 비바람 치는 날은 자꾸만 흐려져 짜증이 나더라고요.
유선방송이나 케이블방송은 더더욱 안되었구요.스카이 라이프는 보급되기 전이었을 겁니다.
어찌됐건 시골집이라 밖에서 일하다 들어오면 먼지를 달고 들어오게 마련 이지요. 매일 아침 방바닥은 쓸면서 날아다니는 먼지는 어쩔수 없어서 가끔 눈에 보이는 곳만 닦았었는데, 오늘 새벽 이런 사고가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요.
가끔 텔레비젼 뉴스에 나오는 축사에 불났다는 소식과 함께 누전이나 거미줄에 먼지까지 뒤엉켜 스파크가 일어나 그렇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어떻게 방안 텔레비젼에서 연기가 납니까?
처음에 위성방송을 설치했던 분의 연락처가 있어서 좀 와서 봐달라고 했더니 비디오처럼 생긴 위성방송 수신기의 나사를 풀더니 그속에 꽉 들어찬 먼지를 입으로 불어내며 이것좀 보세요. 이러니 불이 안나겠습니까?상자같은 수신기속에 먼지가 그렇게 들어가 쌓여 있으리라고는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입으로 훅- 훅- 불어내기를 십여번. 깨끗해진 수신기 속을 들여다 보시던 그분은 스위치를 빨리뽑았다면 안 탔을 수도 있으니까 실험이나 한번 해 봅시다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다시 텔레비젼과 연결해 보았지만 화면은 나오지 않는 겁니다.
이것은 수리가 안돼고, 새것으로 바꾸시던지,중고를 구해 보든지 하셔야 겠습니다. 하시곤 가셨답니다.
어제 저녁엔 흐릿한 화면속의 연속극을 두눈을 비벼가며 뚫어져라 보았답니다.
저의 천성적인 게으름으로 인하여
위성방송 수신기안에 가득 들어찬 먼지로 인하여
전기 스파크로 인하여
만약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때 그랬더라면,
아휴, 끔찍해.
이제부터는 일하고 들어오면 밖에서 먼지를 훌훌 털어버리고,
혹시라도 묻혀 들어왔을 먼지는 걸레로 닦고 또 닦아,
이런 경험 두번다신 하지 말아야지.
여성시대 가족 여러분, 불조심 합시다.
안녕히 게세요.
남원시 수지면 유암리 포암마을 서성미. 010-9491-4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