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날리기

저희 집 아이들은 올해로 6살 5살입니다. 어린이집이 방학인 관계로 1주일째 집에서 지내는 중이랍니다. 그런데, 이 방학이라는 것이 참으로 고역이네요. 사는 곳이 아파트라 마당에 나설 수가 있나, 춥다고 밖에를 나갈 수가 있나요. 종일토록 집안에서만 놀다보면 엄마인 저도 어수선해서 힘들고, 아이들도 심심하다고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다가 저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그때는 겨울에도 밖에서 종일토록 뛰어다니며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리 추워도 눈썰매, 얼음 지치기, 고드름 따서 칼싸움 하기 등등 해가 져서야 돌아와도 시간이 너무나 빨리 가는 하루를 보냈었지요. 저희 어릴 때와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이 참으로 자유롭지 못하게 사는 것 같아 안쓰럽데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연날리기랍니다. 저녁에 퇴근해 앉은 남편에게 은근히 물었답니다. “요새, 연날리기 하면 참 좋은데, 자기도 어렸을때 연날리기 많이 했지?” “그럼, 겨울에 연날리기 만큼 재미있는 놀이가 어디있겠어?” “우리 아버지도 연 자주 만들어 주었는데.....” 그러자 남편이 딱 잘라 말합니다. “나두 잘 만들어” 남편은 자신이 연을 얼마나 잘 만드는지 자랑하고 싶었나 봅니다. 바로 다음날 퇴근길에 대나무를 잘라 얇게 다듬은 연살을 가지고 들어왔지 뭡니까? 일하다가 잠시 틈을 내 재료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다음날 우리는 연줄과 얼레를 사러 근처 문방에 갔는데, 글쎄, 거기에는 이미 연만들 재료를 따로 판매 하고 있지 뭐예요. 1500원짜리 봉투에는 방패연과 가오리 연을 손쉽게 만들 종이와 대나무 살, 그리고 만드는 방법이 적힌 종이가 들어있대요. 남편은 돈 1500원만 있으면 연을 2개나 만들 수 있는데, 괜히 힘들게 대나무를 잘라 다듬었다며 허탈해했어요. 우리는 1500원을 주고 방패연과 가오리연을 만들었답니다. 비록 남편이 손수 만든 대나무살은 소용이 없게 되었지만요. 연을 날리기 위해 춘향골 체육공원에 갔어요. 마침 바람이 적당하게 불어 가오리연은 가뿐하게 하늘로 올라섰어요. 투명한 비닐에 검은 독수리가 그려져 있어 정말로 하늘을 나는 독수리 같대요. 방패연은 중심을 잘 잡지 못하고 헛돌다가 땅에 부딪혀 그만 찢어지고 말았답니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한지가 아니라 쉽게 찢기는 종이로 만들어져서 그랬지요. 직접 만든 대나무살에 한지를 발라 만들었다면 이렇게 쉽게 찢어지지도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네요.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연을 날리는 동안은 신나게 뛰어다니고 놀았어요. 그 시간만큼은 원 없이 파란 하늘을 보았겠지요. 청취자 여러분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연날리기 어떠세요? 집에만 있지 말고, 엄마 아빠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연날리기 해보세요. 정영옥 전북 남원시 도통동 부영아파트 104동 1008호 063-633-6019